대한항공, 경영쇄신안 발표···反 조원태 진영 명분 약화 노린 듯

대한항공, 경영쇄신안 발표···反 조원태 진영 명분 약화 노린 듯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국민연금, 기관투자가 등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투명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및 건물(605㎡)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기 위해 소유하고 있었으나 인근에 학교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곳이다. 한진그룹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비전 2023'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예정한 부동산 자산이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 용유왕산마리나 운영사다.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다. 대한항공은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한 절차를 밟아 연내 지분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해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변경한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이 설치를 권고하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 검토 기능을 맡게 된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김동재 이사가 맡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회사의 굳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조치는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관련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 조원태 진영에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지배구조투명화, 재무구조개선 등의 카드를 꺼내 들자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연대해 한진칼 지분 32.1% 확보했다.

조 회장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 지지를 받으면서 델타항공, 카카오까지 포함해 총 33.4%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사내이사 재선임을 담보하긴 이르다.

조 회장이 한진칼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려면 출석 주주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한진칼도 7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유사한 경영개선방안을 의결, 주주친화정책을 제시할 전망이다.

반 조원태 진영은 이날 한진그룹이 뒤늦게 경영개선방안을 내놨으며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KCGI는 입장문을 통해 “주주를 회사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세력'으로 보는 시간을 견지하는 경영진이 내놓은 방안에 진정성과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자신의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을 내놓는 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 조원태 진영은 조 회장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0일까지 KCGI를 통해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모를 받고 있다. 한진칼 1주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이사후보 추천을 할 수 있다. 또 소액주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한진칼에 전자투표 도입도 요구한 상태다.

한진그룹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며 반 조원태 진영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 명분은 일부 희석됐다. 하지만 양 진영 간 우호지분 확보 경쟁은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