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미한 증상땐 병원보다 경과봐야…신종 코로나 치료 거점화 필요"

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례정의가 확대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환자가 늘어나 혼란이 예상된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동남아 여행 이후 경미한 감기 증상이 있다면 바로 선별진료소를 찾기보다 2~3일 자가 격리하며 경과를 지켜본 후 대응하는 것을 조언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초기 증상만으로는 신종 코로나와 감기를 감별하기 어렵고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해 감염될 우려도 있는 만큼 경증일 경우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면서 “2~3일 자가격리를 하면서 증상이 호전되면 감기일 가능성이 높고 증상이 악화될 경우 검사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부터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를 중국 외 신종 코로나 유행국가 여행력 등을 고려한 의사의 소견에 따라 의심되는 자로 변경했다. 신종 코로나 신속 검사 기관도 50여개 민간 기관으로 확대되면서 동남아 여행 후 감기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대거 병원을 찾는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감염학회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남중)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감염학회 이사장),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허중연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회장. (사진=대한감염학회 제공)
대한감염학회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남중)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감염학회 이사장),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허중연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회장. (사진=대한감염학회 제공)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증상이 있더라도 중국 여행력이 없는 경우 검사가 어려웠지만 사례정의에 의사 재량권을 준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반대로 감기 증상이 있는 국민들이 대거 진료를 보게 되면 국내 의료기관들이 보유한 자원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확진환자 증가에 대비해 공공의료체계 재정비와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병원이 신종 코로나 대응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일반 환자 치료 역량이 약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공공 병원 위주로 신종 코로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고 민간 병원은 기존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전체 병원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당시에도 환자 분산이 문제가 됐고 중증환자가 취약한 환자들이 많은 의료기관에 들어올 경우 슈퍼전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설 격리가 중요한 만큼 중증환자들은 국가지정병원과 공공병원으로 모으고 민간에서 지원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선별진료소의 역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구분돼야하고 입원 병원 기능도 재조정이 필요하다”면서 “확진환자 수가 증가하면 국가지정격리병상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의 일반 환자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기고 입원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지역사회 전파 단계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신영식 중앙의료원 센터장은 “중국 내 확진 환자 대부분이 우한 지역에 집중돼있고 그 외 지역 내 2차 감염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면서 “해외 사망자의 경우도 기저질환이나 2차감염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제 사망률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중 서울대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는 “중국 내에서는 당연히 광범위한 2, 3차 감염이 있다고 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확진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재까지는 감염자가 비교적 활발한 활동이 가능한 경우로 한정됐지만 지역사회에 유입되면 국내에서도 사망 환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