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위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배터리 업체와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 최적 배터리시스템을 갖추면서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외주업체 혹은 계열사를 통해 패킹(Packing) 등 시스템화 단계를 거쳤던 전기차 생산·부품 생태계가 점차 내재화로 바뀐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인 토요타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인 파나소닉이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시스템 양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중국 내수 시장을 위해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 완성차 업체는 다수 있었지만 세계 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합작사를 설립한 건 테슬라(파나소닉)·폭스바겐(노스볼트)·GM(LG화학)에 이어 네 번째다. 여기에 현대차도 LG화학과 연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연합전선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토요타가 지분 51%를 확보한 이 합작사는 PPEVS(Prime Planet Energy&Solutions)로 사명을 정하고, 4월부터 배터리 생산에 들어간다. PPEVS는 각형 방식의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또 토요타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협력하면서 토요타 이외 다른 완성차 업체로도 배터리 공급선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토요타의 파트너인 파나소닉은 앞서 2017년 테슬라와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세운데 이어 두 번째로 합작사를 설립하게 됐다. 파나소닉은 토요타와는 각형 방식의 배터리를, 테슬라와는 원통형 전지만을 생산한다.
세계 2위인 폭스바겐도 지난해 9월 스웨덴 배터리팩 업체인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약 1조2000억원을 투입, 현재 배터리팩 업체인 노스볼트를 배터리셀까지 개발·생산하는 완제품 업체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폭스바겐-노스볼트 합작사는 2024년까지 24GWh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목표로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인력을 대거 영입한 상태다.
미국 제네널모터스(GM)도 LG화학과 지난해 말 50대 50 지분율로 각각 1조원을 출자하는 형태의 합작사 설립했다. 이들 간 합작사는 연간 30GWh 이상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도 LG화학과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지분률과 합작사 생산공장 부지 선정 등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당초 알려진 충남 당진 지역 생산 부지는 현대차가 LG화학에 제안한 것으로 부품·소재 접근 효율성을 고려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GM과 현대차는 합작사를 통해 LG화학의 파우치 방식의 배터리셀을 바탕으로 한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한다.
글로벌 유력 완성차 업체와 유력 배터리 업체 간 협업은 자사 차량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제때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서다. 또 미래차에 최적화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유리하다. 이에 앞으로는 배터리 회사 독자 생존보다는 완성차 업체와 연합전선 모델이 시장 확보에 더욱 유리할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과거에도 자동차 제작사, 부품사와 배터리 제작사 간 조인트벤처(JV)가 존재했지만 헤게모니 싸움과 기술 유출 우려로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최근 자동차-배터리 업체 간 합작사는 사실상 배터리 내재화 성격이 짙어 앞으로 배터리 업체의 독자 (공장)증설은 오히려 과잉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