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짜 같은 나연이를 만들어 어머니 마음을 위로 하고 싶었어요.”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가 7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딸 나연이를 늘 그리워하는 엄마 장지성 씨를 만나서 들었던 생각이다. 더욱 완벽한 나연이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한국의 마블스튜디오'를 표방하는 가상현실(VR) 전문 업체다. VR 시네마를 제작해 큰 상도 여러 번 탔다.
김세규 대표는 우연히 MBC 스페셜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 제작팀 제안을 받았다. VR로 나연이를 재현해 모녀간 재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가슴 아픈 사연에 마음이 움직였고 제안을 받아 들였다.
비브스튜디오스는 8개월 간 방송국 제작진과 협업해 VR, 특수영상(VFX) 기술을 총동원했다. 지난 6일 방송된 다큐에서 나연이 엄마와 나연이가 만나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김 대표는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혹시나 VR 기술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 내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면서 “많은 사람이 VR 기술의 가치와 힘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기술을 발전시켜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할 때 짓는 표정은 세밀하게 다르다”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쌓고 기술을 발전시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완벽한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 추모관'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누군가와의 아쉬운 이별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힘든 사람을 치료하고 위로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대표는 “죽은 사람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가상현실에서 전할 수 있다면 충분한 위로와 정신적 치료까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신과 전문의 상담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VR 기술 활용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진보하면 사람을 추모하는 방식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도 김 대표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의미가 컸다.
김 대표는 “제작진, 주인공 어머니와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걸 느꼈다”며 “지금보다 더 완벽한 기술력을 쌓아 사회에 긍적적 영향을 미치는 기술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