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5조원 벤처투자 계획에...VC업계, 지자체·대학·개인투자자 '민간 자금' 잡아라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벤처펀드 출자가 예고되면서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출자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모태펀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단위 출자 규모가 늘어나는 동시에 신설 창업투자회사가 연일 증가하고, 기존 벤처투자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은행과 대기업도 속속 산하 벤처투자 조직을 꾸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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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총 1조3000억원을 출자한다. 산업은행과 성장사다리펀드, 산은캐피탈 등도 지난 7일 총 8800억원 규모의 출자 사업을 개시했다.

모태펀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은 2조5000억원씩 총 5조원의 벤처펀드 결성을 목표로 한다. 정책자금 출자금 2조1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9000억원은 VC가 민간에서 자체 조달해야 한다. 2015년 전체 벤처펀드 결성액 2조620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벤처펀드는 통상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출자를 마중물 삼아 50~70%를 민간에서 조달한다. 정책자금 출자가 늘수록 덩달아 민간 출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벤처 투자가 증가한 것은 분명 좋은 신호이지만 그만큼 민간에서도 매칭 자금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정책자금 증가에 따른 재원을 매칭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펀드 결성 금액이 2015년 2조6205억원에서 지난해 4조1105억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민간 자금 비중은 덩달아 증가했다. 전체 펀드에서 57.5%를 차지하던 민간 자금 비중은 지난해 66.7%까지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만큼 민간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벤처투자 시장 확대에 따른 민간 출자자 확보 경쟁은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재원이 증가하는 만큼 신설 회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5개이던 창업투자회사 수는 지난해 149개사로 34개 증가했다. 창투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업 신기술금융회사 수도 2015년 24개사에서 지난해 6월 52개사로 늘었다. 민간 출자자 확보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사가 약 4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기존 벤처투자 시장에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금융회사와 대·중소기업까지 직접 VC 등 투자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출자 여력은 더 줄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중견·중소기업까지 자체 투자사를 만들면서 출자자를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 보니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도 직접 VC를 설립해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벤처펀드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 역시 출자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문 투자가에 한해서는 펀드 출자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증권사 등과의 협약을 통해 개인이 벤처펀드에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모태펀드에서도 단순히 자금을 대는 공급자 역할에서 연기금이나 민간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