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제조업체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처음으로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기존 칩에 비해 단단한 강도를 지닌 SiC 반도체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 각광받는 차세대 칩이다. 해외 연구 수준에 비해 국내 SiC 개발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 순수 토종 기술로 만든 반도체가 해외 구매자 선택을 받아 주목을 끈다.
10일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자사 SiC 반도체를 해외 시장으로 처음 수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중국 선전에 위치한 파워반도체 전문 유통 대리점에 자사 SiC 전력 반도체를 수출한다. 이 대리점은 중국 내 파워서플라이, 전기차, 태양광 인버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번에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수주한 제품은 서버용 기기에 탑재될 전력 반도체 칩이다. 기기 6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물량이다. 기기 당 4개의 SiC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약 24만개 칩을 수출하게 됐다. 이 칩들은 기기 내 전력에서 전력과 전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예스파워테크닉스 측은 “외국계 경쟁사에 비해 신생 업체에 속하지만 고객사가 만족할 만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 중”이라며 “새로운 거래 사례로 회사 신뢰도가 올라갔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이번 서버용 제품 수출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기 분야 1개, 태양광 인버터 분야 1개사와 칩 탑재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 조만간 추가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태양광 인버터 회사는 독일계 기업으로, 관련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알려졌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예스티가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투자한 회사다. 약 7년 간 SiC 반도체 연구개발 기간 끝에 지난 2018년 7월 경북 포항에 양산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칩 생산에 들어갔다. 제품에는 토종 설계 기술이 녹아들었다.
예스파워테크닉스가 SiC 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이유는 업계에서 이 분야를 상당히 전도유망한 사업군으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에 비해 강도가 우수하고 열에 잘 견디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실리콘보다 크기를 5분의 1가량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은 20%가량 늘어나는 것도 장점이다.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미래 자동차,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IT 기기에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독일 인피니언, 미국 크리 등 해외 주요 반도체 업체가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국내 SiC 반도체 연구 기반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스파워테크닉스의 수출 사례로 국내 관련 시장도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예스파워테크닉스는 해외 판로 확대로 기술력 입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SiC 전력 반도체 분야인 SiC 모스펫(MOSFET) 제품도 올해 안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도하 예스파워테크닉스 대표는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내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며 “지속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