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투자, 책임투자 일환으로 금융투자 유관기관들이 ESG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비재무적 지표인 ESG가 실제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내 투자시장에서도 ESG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G는 기업의 환경(E), 사회적책임(S), 지배구조(G)를 뜻한다.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이를 투자에 활용하는 책임투자(RI)가 서구권에서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보통 투자 판단 지표는 매출, 이익 등 재무상 데이터가 바탕이 된다. 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나 정경유착 등 돌발 변수가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ESG를 투자 데이터 중 하나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ESG가 우수한 기업이 투자 시장에서 선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일환으로 올해 ESG 정보공개 활성화를 추진한다. 지배구조 공시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환경과 사회 정보공개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방침이다. 이미 내부에 ESG 전담팀도 꾸렸다.
이와 별도로 ESG 위원회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고 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ESG 정보공개 활성화 정책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ESG 정보공개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ESG 정보는 당장 의무공시는 아니지만 반드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투자자가 중요한 투자 지표 중 하나로 ESG 정보를 참고하게 된다면 ESG 정보 공개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조달자금 용도가 친환경, 사회가지 창출 등에 제한된 사회책임투자(SRI) 채권의 발행과 투자 활성화도 노리고 있다. 그동안 SRI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종합 제공하는 코너를 별도 신설한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는 책임투자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책임투자 업무지침을 제정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3억달러(약 3500억원) 규모 ESG 전략펀드 운용도 시작했다. 그동안 선진시장 중심으로 운용했으나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했다.
관련 IT 인프라도 올해 강화한다. 내달 목표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ESG 경계(Alert)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ESG 등급에 부정적 변화가 생기면 내부에 공표해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올 연말까지 ESG 모델 포트폴리오도 개발할 계획이다.
KIC는 전반적으로 ESG를 전체 투자자산과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통합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에 주식·채권 직접투자에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전통자산 위탁운용사 선정에 책임투자 도입 정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대체자산 직접 투자나 공동투자시에 ESG 검토를 강화하고 관련 위탁운용사 선정 시에도 관련 사항을 점검한다.
KIC는 국내 공공 투자기관에게 책임투자에 대한 세계 트렌드와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ESG 데이'도 지난해 처음 열었다. 오는 5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지속가능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업 EG 정보공개 제도의 국내외 현황, 주요사례 및 시사점' 연구에서 “글로벌 기준과 별개로 기업간 갑·을 관계와 여기서 발생하는 불공정 관행,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특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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