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공공 전용회선 입찰과 관련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부정당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을 포기, 경쟁사 보다 앞서 조기에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처분을 받은 사업자 가운데 첫 제재 이행 사례로 향후 6개월간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경쟁사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KT가 조달청이 부과한 부정당 제재 처분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KT 관계자는 “본안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부정당 제재 조치를 선제 이행하고 향후 공공 발주 입찰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부정당 제재 처분 취소 소송을 취하함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제재 이행에 들어갔다. 기간은 6개월이다. 7월 말까지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KT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공공 입찰 일정, 정부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선제적으로 공공 입찰 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손해를 보더라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는게 미래 대정부(B2G)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구현모 신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정부 규제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대외 메시지까지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장이 새로 부임한 상황에서 행정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엔 부담이 따를 수 있다”면서 “공공 입찰 기회 등 사업 측면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의 선제적으로 공공 입찰 제재 이행으로 동일한 제재를 부과받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SK브로드밴드는 제재 기간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소송을 통한 대응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신중한 입장으로, 명확한 방침을 결정하지 않았다.
제재 이행 여부와 별개로, 부정당 제재 실효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 가처분 신청 이후 철도통합망(LTE-R),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등 4분기 주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가처분 등 조치를 통해 부정당 제재 기간을 선택, 사실상 편법으로 제재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본안소송에 승소할 경우, 공공사업 입찰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당 제재 기간부터 이행까지 징계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기업이 제재 조치 이후 다수 공공 입찰에 참여했고 간접적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는 등 징계 효과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고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달청은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공 전용회선 통신사 입찰 담합에 따른 부정당 제재 기간을 6개월로 결정하고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 통보했다. 이에 3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제재 효력을 일시 정지해줄 것을 서울행정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 들여 제재 효력이 정지됐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