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으니 코로나…조선업 수주 절벽 불안감

중국~중동 해운운임 4분의 1로 급락
中 석유공사 화물 수입 중단 선언도
사태 지속땐 투자 심리 위축 불보듯

현대상선 VLCC. [사진= 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 VLCC. [사진= 현대상선 제공]

신종 코로나 여파가 해운과 조선업계로 옮겨 붙었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급락했고 해상 물동량 감소가 가시화됐다. 일부 중국 화주들은 전염병 등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렵다며 면책 조항인 '포스마쥬르(Force Majeure)'를 선언했다. 해운업계 위축으로 조선업 발주에 연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발틱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중동~중국 항로 일일 스팟 운임은 2만6000달러(3092만원)에 그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발, 첫 사망자가 발생한 1월 9일 10만달러(1억1893만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VLCC 운임 하락은 원유 생산량 감소에 기인한다. 석유 생산 업체들이 유가 하락을 우려, 물량 조절에 들어가면서 이를 실어 나를 VLCC 스팟 운임이 같이 내렸다.

실제 영국 국영석유회사 BP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에서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하루 약 30만~50만배럴에 이르는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일일 생산량이 120만배럴로 추산됐던 것을 감안하면, 약 25~40% 감소한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2위 석유회사인 BP가 원유 생산 감소 전망을 내면서 VLCC 스팟 운임이 큰 폭 하락했다”면서 “단기간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상 물동량 감소까지 직면했다. 지난 6일 중국 최대 해양 석유·가스 생산업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포스마쥬르를 선언했다. 화주가 화물 수입을 중단하는 초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포스마쥬르는 재난과 전쟁, 전염병 등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발생,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된다.

일부에선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포스마쥬르 선언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 물동량이 큰 폭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업계는 겹악재를 만났다. 가뜩이나 불안한 기자재, 블록 수급난에 수주 감소 우려까지 더해졌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산동성 옌타이시와 저장성 닝보·산동성 웨이하이에 블록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추가로 해상 물동량과 해운운임 하락이 겹칠 경우 선주들은 선박 발주를 줄일 공산이 크다.

한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들어오는 기자재와 블록 등 물류 통관이 지체돼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면서 “진짜 문제는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고 해운운임이 줄어 (선박 발주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신종 코로나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