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신학기와 웨딩시즌 등 봄철 대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고객 발길이 줄면서 봄 시즌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3월 봄 정기세일도 기대 이하 실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 모두 설 연휴 직후 2주간 매출이 두 자릿수 급감하며 포스트설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설 명절 이후 늘어나는 소비 수요와 맞물려 신학기 시즌 행사를 진행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겹치면서 소비자 관심이 매몰됐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주간 매출이 작년 설 연휴 대비 1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도 각각 12.4%, 11.1% 줄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는 설 명절이 평년보다 빨라 관련 신학기 상품전도 앞당겨 진행했지만 신종 코로나 영향에 매출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평년을 웃도는 겨울 날씨 탓에 가뜩이나 겨울철 장사를 망친 백화점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졸업·입학 시즌을 시작으로 웨딩 시즌으로 이어지는 2월과 3월 백화점 성수기에 겨울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도 물거품될 공산이 커졌다.
이번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소비심리 위축을 장기화될 경우 올해 봄옷 장사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1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증권가도 백화점 매출이 임시휴업 등의 여파로 2월 하순으로 갈수록 더 하락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2월 들어 백화점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5%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봄 정기세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백화점들은 본격적인 야외활동이 시작되는 봄을 맞아 3월말부터 스포츠 의류와 리빙·잡화 브랜드 등을 할인판매하는 봄 정기세일에 들어가지만, 고객 발길이 급감한 상황에서 행사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예년과 같이 이벤트홀 등을 활용한 대규모 할인 행사는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각 브랜드별로 신학기 수요를 겨냥한 프로모션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해외패션 편집숍 탑스(TOPS)에서 오는 14일부터 27일까지 신학기 학생 고객을 타깃으로 한 '스트릿 캐주얼 팝업스토어'를 연다. 현대백화점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오는 16일까지 새내기관·봄신상관 등을 열고 봄철 수요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봄 상품 판매기간이 짧아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변수까지 겹치면서 타격이 만만치 않다”면서 “매출 방어 차원에서라도 봄철 장사를 포기할 수 없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적극 홍보하기도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3사 이달 매출 작년比 5%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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