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해보험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자동차를 탄 만큼 보험료를 내는 시대가 열렸다.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어려움을 겪는 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계산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미국에서는 메트로마일, 올스테이트 등 보험회사가 도입하는 형태지만 국내에서는 캐롯손보가 처음이다.
방식은 연간 보험료를 운행 거리와 무관하게 전액 선납하는 기존 자동차 보험과 달리 소정의 가입보험료만 납부하면 이후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분할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다만 캐롯손보는 고객 선택권 보장을 위해 계약시에 보험료를 일시 납부하고 1년 후 만기 시점에 실제 운행한 거리에 따라 ㎞ 단위로 정산이 가능한 퍼마일 연납형도 운영한다.
실제 기자가 퍼마일 자동차보험 비용을 산출한 결과 1회에는 5만8070원을 낸 뒤 2회부터는 기본료 2만750원에 주행한 만큼 ㎞당 16.75원을 내면 됐다. 7000㎞로 계산하면 연 보험료는 38만7520원 수준이다. 평소 60만원에 달하는 연 보험료와 비교할 때 30% 넘게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연평균 1만5000㎞ 이하 운전자의 경우 다이렉트자동차 보험 평균 보험료와 비교해 8~30%까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서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주말에만 운전하는 직장인, 자녀 등교나 근처 쇼핑 등에만 차량을 활용하는 주부, 평소에는 잘 운행하지 않는 세컨드카 보유자라면 퍼마일 자동차 보험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구현하기 위해 운행 데이터 측정 장치인 '캐롯 플러그'와 '캐롯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캐롯 플러그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월정산형을 선택하면 고객에게 즉시 배송돼 기기를 자동차 시거잭에 꽂으면 실시간 주행거리를 측정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운전자는 캐롯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주행거리와 보험료 확인이 가능하며 응급 상황 시 SOS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E(Emergency)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캐롯과 주요 주주로 참여한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로 구현됐다.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 상용화가 어려운 국내 사정을 반영해 SKT가 시거잭을 이용하는 캐롯플러그를 개발했다. 캐롯은 SKT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Cat.M1과 연계한 플랫폼을 구축해 실시간 센서데이터의 처리와 주행 거리별 보험료를 계산하도록 했다.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지금까지 획일화된 자동차보험 시장에 새로운 선택 기회를 제공한 상품”이라면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업한 새로운 보험 상품도 준비 중으로,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시장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