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손태승' 권광석, 풀어야할 과제 첩첩산중...속전속결 조직개편 단행

우리은행 차기 행장으로 권광석 신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가 단독 추천됐다. 손태승 겸직 체제를 끝내기로 한 뒤 첫 분리 선출되는 행장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고객 비밀번호 도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번 권 내정자 단독 후보 추천은 대반전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정기 부행장이 유력하다고 분석했지만 권 내정자가 최종 은행장 내정자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차기 행장이 정해지면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이후 불확실성이 커졌던 우리금융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권 내정자가 현 정부와 소통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선출 과정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 내정자는 강한 네트워크와 투자 관련 전문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손 회장이 행장 선출을 마무리 지은 만큼 금융감독원의 파상공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손 회장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DLF 책임으로 금융 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받아 오는 3월 24일 우리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은행 일부 직원이 실적 달성을 위해 고객 2만3000여명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손 회장은 큰 위기를 맞았다. 변수는 이사회나 노조까지 가세해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지입장을 밝혀 금감원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이 제재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우리금융과 금감원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연임 강행을 위해 금융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장 분리도 금융당국과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탕평책으로 보인다.

권 행장 첫 행보는 지배구조 수습이다.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행정소송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 내부를 수습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행장 분리와 함께 우리금융지주는 조직개편도 전격 단행했다.

지주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업무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하고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 독립 조직으로 고객보호 업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우리금융은 그룹 추진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부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룹 주력사업인 은행, 카드, 종금, 자산운용 시너지 창출과 협업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사업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자산관리, 글로벌, CIB 등 그룹의 주요 시너지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며 신설되는 사업관리 전담조직을 통해 그룹 주요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지주체계 출범 2년차를 맞아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내정자는 “내부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차기 경영계획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