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바프가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재화와 서비스 생산 방식이 초연결화·초지능화·초개성화되는 비전을 제시한 지 5년이 흘렀다. 한국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비전에 어느 정도 다가섰을까.
4차 산업혁명 실현은 초연결화, 초지능화, 초개성화 등 세 가지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초연결화는 작업 현장과 최고 경영층, 기계와 기계, 공장과 전자상거래 및 고객, 제조기업과 공급자, 기계 클라우드와 작업현장 기계, 품질관리자, 서비스 제공자, 제품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된 생태계를 의미한다.
초지능화는 초연결화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제조 생태계 전체에 걸친 최적의 의사결정을 달성한다.
초연결화와 초지능화를 기반으로 가상-물리 체계를 구축하면 맞춤형 적량·대량 생산 체제라는 새로운 산업 구조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고, 소비의 초개성화도 가능해진다. 결국 저비용, 고차별이라는 이중 경쟁력을 먼저 실현한 국가와 기업이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의 새 주인이 될 것이다.
생산 방식에서 초연결화·초지능화·초개성화를 상용화 수준까지 완벽하게 이룬 기업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기업이 이미 초연결화를 넘어 다음 단계인 AI를 활용한 초지능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듯 올해 초에 열린 CES에서는 AI, 데이터 시대, 나만을 위한 기술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우리 중소기업은 어느 단계에 있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주요 경쟁국보다 4차 산업혁명 진입에서 뒤처진 우리나라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구축을 비롯해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기존 제조업의 성장 경험을 살려 4차 산업혁명 제조 혁신을 이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수년간 중소기업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및 제조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산관리시스템(MES, POP)을 설치하는 스마트공장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간 단계인 자동화, 고도화 단계인 빅데이터 분석 및 AI 활용 지능화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스마트 공정 또는 지능화에는 많은 새로운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휴자원이 거의 없는 다수의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다.
희망 어린 요소는 정부 각 부처가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정책 개발과 추진에 관심을 보이고, 기업들도 이러한 지능화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 활동이 효과를 보려면 4차 산업혁명 지능화를 이끌 핵심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연구개발(R&D)-생산-시장으로 이어진 가치사슬을 융합하는 역량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가치사슬 내에 있는 참여자의 생산성, 자원의 효율 관리, 변화와 혁신 요구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말한다. 이들은 개별 디지털 기술과 AI 기술 도입 및 활용뿐만 아니라 개별기술의 비즈니스 과정을 통합해 내부 프로세스와 외부 네트워크를 재설계하고, 기업 비즈니스 영역을 재정의해 실행할 수 있다.
기존 제조 시스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배태하는 기술 해법을 찾고, 생산성 및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세부 공정에 빅데이터와 AI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융합 인재도 필요하다.
중소기업 자원에 맞춰 적정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융합 인력도 요구된다. 중소기업에 맞는 AI-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복잡하고 값비싼 최첨단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현재 자원 상황과 기존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 기술이 중요하다.
적정 기술 개발과 이러한 기술을 생산 과정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 우리 중소기업의 많은 관심과 함께 정부 정책 지원을 요구한다.
최영록 울산과학기술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yrchoi@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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