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제사회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를 공식화했다.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발생한 변수로 양사 합병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1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DS594) 양자협의 요청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취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분 전량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기로 한 점을 지적했다. 현금 동원 부담을 최소화해주는 일종의 특혜라는 것이다.
일본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필요시 대우조선에 1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 등도 양자협의 요청 사유로 밝혔다.
일본은 “조선업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구조조정 조치, 한국 조선업체와 상업용 상선 주문과 관련한 보증·보험, 선적 전 대출, 친환경 선박 교체 보조금, 상업용 선박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부과한 기타 조치 등이 상선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보조금과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SCM) 협약과 1994년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위배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리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 전부를 WTO 위반 협정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일본이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WTO에 제소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하지만 첫 제소한 2018년 말과 달리 지난 달 31일 추가 제소는 양사 합병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공격 강도를 훨씬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은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합병과 관련 일본과 유럽연합(EU), 중국, 싱가포르, 우리나라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단 한 곳에서도 선종별 조건부 승인 등에 나설 경우 인수 실익이 사라져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국제 여론전까지 강화하고 있다. 작년 12월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업 이사회(WP6)에서 한국 정부의 조선업 금융 지원 등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참여국은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일본과 EU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자국 1위 조선사 이마바리 등이 참여 중인 민간 대표 조선단체 조선공업회와 긴밀 관계를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WTO 규정에 어긋나는 어떤 행위도 없었다”며 꿋꿋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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