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화훼 농가 어렵다고 꽃 팔아라는 정부…업계 황당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DB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DB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 직격탄을 받은 화훼 농가를 위해 편의점과 온라인몰 판매 추진으로 소비 촉진에 나섰지만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졸업식과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축소돼 꽃 소비가 감소해 화훼 농가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전국 편의점과 온라인몰을 통해 꽃 판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꽃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다발 2만개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온라인몰과 홈쇼핑에서도 판매전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발렌타인데이를 2~3일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꽃 판매를 요구해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란테인데이 관련 제품 발주는 이미 수주일 전 끝난 상태다. 꽃을 판매할 경우 기존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 꽃을 사려는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한 물량을 받는 것도 부담이다. 꽃은 생물로 단기간 판매하지 못할 경우 금세 시들어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와 상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도 업계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꽃 판매 제의를 받은 곳은 GS25 1개사 뿐이다. CU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는 정부의 협조 공문이나 화훼협회 등의 제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발렌타인데이를 2일 앞둔 상황이지만 아무런 제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루 앞둔 13일 통보가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온라인 업계도 갑작스러운 정부 방침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온라인몰에서는 꽃다발, 꽃바구니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해당 상품은 일상적 선물 위주의 제품들로 졸업 시즌 특수와는 상관이 없어 갑작스런 물량 배정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 구매가 이뤄지는 온라인 채널로 소비가 집중되고 있지만 화훼류 카테고리는 오히려 수요가 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꽃집 상인들도 반대 한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로 손님이 줄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편의점에서까지 꽃을 팔면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화훼농가를 돕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 뛰어들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동네 꽃집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하면 화훼농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단편적 사고”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일례”라고 밝혔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