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내 6대 그룹 대표 등 경제계 인사를 만나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를 살리고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됐다”며 “정부를 믿고 예정된 설비투자를 차질없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계는 2월 한 달간 금융 등 정부 집중 지원과 공직사회 정책 지원 독려를 위한 정책감사 면제를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반드시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지켜 내겠다”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기업의 적극 투자를 주문했다.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과 조기 극복 방안을 경제계 인사들로부터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 경제계 대표단체인 대한상의를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와 롯데는 각각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대리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도 함께했다.
정부에선 홍남기 경제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지고, 역대 최대 신설법인과 벤처투자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정부와 경제계가 합심해 경제 회복의 흐름을 되살릴 때”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국내 방역관리가 안정 단계에 접어든 만큼 경제 활력에 힘을 쏟을 때라는 판단이다. 정부와 기업이 중국 당국과 협의, 현지 자동차 부품공장의 재가동을 앞당긴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 시너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에서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해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입지 지원 강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적극 돕겠다고 부연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 및 세금 납부기한 연장을 비롯해 업종별 대응책도 곧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필요한 금융지원과 신속한 통관,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체생산품에 대한 빠른 인증 등으로 기업 활동과 국민 안전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관광업과 같이 코로나19에 직접 타격을 받은 업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두 가지 정책 제안을 건의했다. 박 회장은 국내 대응과 관련해 '적극행정'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에 한해서는 공직사회에 정책감사를 폐지하는 수준으로 적극행정을 유도해 달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공무원들이 정책 개발이나 집행에 더욱 활발하게 나서고, 이를 통해 조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외 대응에 대해선 “중국 내에서 정상 조업이 서둘러 이뤄질 수 있도록 2월 한 달 동안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6대 그룹 등 경제계는 정부 정책과 경제 활성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적극적인 고용창출과 투자개발을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라면서 “그중에서도 고용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핵심소재부품의 특정지역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중소협력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인력 및 기술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춘제 연휴가 종료되고 중국 정부의 기업 활동 재개가 발표가 된 이번 주가 현지 활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아직 인력이나 방역품 수급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 꽤 있다. 이들에게 도움을 좀 집중시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건의했다. 중기부 지원으로 중국 산둥성 현지 기업에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지원 지역과 지원 규모를 넓혀주길 원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6대 그룹 등 경제계의 노력과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CES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LG전자의 '롤러블 TV',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로봇 '볼리'와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 현대차의 도심 항공용 모빌리티, SK의 불화수소 가스와 블랭크 마스크 및 불화폴리이미드 생산 공장 완공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은 국민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대기업이 상생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뜻도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 속 삼성과 현대차 등이 협력업체에 조 단위 경영안정자금을 긴급 지원하고 롯데가 중국 우한 교민에게 생필품을, 중국 적십자사에 후원금을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대기업이 앞장서 주시니 더욱 든든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