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업계가 인공지능(AI) 창작에 눈길을 돌린다. AI 창작이 활성화되면 플랫폼 업체는 다양한 이용자 취향을 맞출 있는데다 외부에 지급하는 저작권료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창작자는 AI와 결합해 결과물 수준을 올린다. AI 창작이 활성화에 발맞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주요 음원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AI 작곡 논의가 활발하다.
지니뮤직은 최근 내부에서 AI 작곡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했다. AI 창작 음원시장 가능성을 파악하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NHN은 음악 피쳐(feature) 추출 기술을 확보하고 벅스 큐레이션 서비스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AI가 벅스가 보유한 4000만곡 음원을 분위기, 템포, 장르 등 음악 속성에 따라 분류한다. 이후 이를 딥러닝 기반 자동분류 엔진으로 학습해 소리, 음악 특징을 추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 특성을 뽑아내 학습하는 것은 AI가 새로운 형식 음원을 창작할 수 있는 토대”라고 말했다. 메이저 업체 대부분이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갖춘 만큼 AI 창작을 위한 기술력이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보다 적극적이다. 엔터아츠와 크리에이티브마인드는 이달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AI 음악 콘텐츠 사업을 추진한다.
엔터아츠는 AI가 창작한 음악을 기반으로 음원, 공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는 자체 개발한 AI 작곡 엔진으로 전시, 방송, 애플리케이션(앱) 등 기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전문 작곡가 수준 결과물을 유튜브 채널 '뮤시아'를 통해 서비스 한다. 두 회사는 올 상반기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음원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공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AI 작곡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지난해 AI 음원 스타트업 '쥬크덱'을 인수했다. 쥬크덱은 사용자 요구에 맞춘 음원을 생성하는 기술을 갖췄다. 틱톡은 자사 동영상 서비스에 저작권이 없는 음원을 쓰기 위해 쥬크덱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베토벤 등 대가의 미완성 곡을 AI가 완성하거나, AI가 만든 악보로 연주회를 여는 등 국내외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시장 변화에 비해 제도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주요 국가들은 저작권 소유를 '사람'에게 한정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AI가 만든 창작물은 저작권이 없어 활용이 자유로운 동시에 복제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6월을 목표로 저작권법 전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연구반을 통해 AI 창작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방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I 창작이 이미 생태계를 형성한 만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약한 보호를 통한 진흥'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에 귀속된 저작권보다 인정기간 등 소유권을 약화시키거나 기존 저작권과 별도로 한시적 법안을 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AI 창작물도 보호해야 관련 투자가 이뤄지고 기술 진흥이 가능하다”면서 “저작권 개념에서 복제·전송권 정도만 인정하고 인격권과 형사처벌은 없애는 정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인간과 AI가 공동 작업한 결과물은 등록을 통해 구분하고 '저작권'과 별도로 새로운 개념의 'AI 창작권'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