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과 원전 등 전통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온 국내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환경을 우선시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연이어 시행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비중이 크게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주력 분야를 신재생에너지로 재편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전력 투자액의 약 40%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뤄졌다.
에너지원별로는 △신재생에너지 3130억달러(약 370조2700억원) △화력 1270억달러(150조2400억원) △원전 470억달러(55조6000억원) 순이다. 2006년 이후 재생에너지 투자가 석탄화력·원전 등 전통에너지 분야를 추월했다.
IEA는 2040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을 7조9900억달러로 전망, 석탄화력보다 4배 많고 원전보다는 7배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용량의 경우, 203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이 석탄화력을 뛰어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지멘스·GE 등 세계 유수기업들은 전통에너지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멘스는 2011년 원전사업을 사실상 포기했고, 2017년에는 6900명 감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석탄화력 발전분야 종사자다. 현재는 풍력·태양광·가스터빈으로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GE는 2017년 화력연료 중심의 전력사업부 1만2000여명 감원을 발표한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에 웨스팅하우스·히타치 등 주요 원전 기업들은 원전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영 위기에 처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006년 부실경영으로 도시바에 인수됐지만, 결국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약 7조원 손실을 입으며 2017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 사모펀드 브록필드에 매각됐다. 또 히타치는 지난해 영국 정부의 사업비 출자 교섭 난항으로 신규 원전 프로젝트(와일파·올드버리)를 중단, 지난해 3조원대 손실을 실토했다. 원전 사업을 포기하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 발 늦으면서 실적 악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은 2013년 454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 2834억원, 2017년 2263억원, 2018년 1846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629억원으로 쪼그라들며 고전했다. 매출액은 2013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두산중공업 실적 악화는 2017년 10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지속됐다는 진단이다. 해외 석탄 시장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던 탓이 크다. 글로벌 화력발전 수요 감소로 두산중공업의 5000억원 이상 프로젝트 수주 실적은 2016년 4조4000억원에서 2018년 1조8000억원, 지난해(3분기까지) 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2017년 1월 인도 푸디마다카 사업, 2017년 12월 당진 석탄화력 발전소 사업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타격은 더 컸다. 원전의 경우,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조7000억원 규모 신규 사업을 수주하고 2014년에 2조2000억원 규모 신고리 5·6호기 사업을 따낸 이후 대형 프로젝트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가스터빈·풍력 등 신산업 분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3㎿급 풍력발전기 모델 WinDS3000TM 10기(30㎿)를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공급하며 첫 발을 뗐다. 또 서남해해상풍력(60㎿) 사업에 참여해 지난해 12월 기준 총 236.5MW(78기)에 이르는 공급 실적을 보유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 해상풍력발전 기술도 인수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풍력발전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단가 차이를 줄여야 한다”면서 “베스타스나 지멘스, GE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 류태웅기자 h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