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재계 전반에 전자투표제 도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SK, 신세계, CJ, 포스코 등의 그룹이 전자투표를 도입했고, 한진칼 등도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자투표 도입이 늘어나면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주주 권익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주주 친화 경영의 일환으로 전자투표를 속속 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포스코, 깨끗한나라, SK디스커버리 등이 전자투표 도입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재계 대표 기업인만큼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주총에서 3개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를 도입했고, 올해는 남은 9개 상장 계열사 전체에 전자투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4개 계열사에 이어 올해 전 상장 계열사로 전자투표를 확대한다.
올해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한진칼이 전자투표를 도입할지도 관심사다. 전자투표를 도입할 경우 소액 주주의 투표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전자투표 도입이 늘면서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기업도 늘고 있다. 기존에는 예탁결제원만 전자투표 시스템을 제공해왔지만, 증권사들도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비스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전자투표 서비스를 선보였고, 올해는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이 가세했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투표도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용이해지고, 기업의 주총 관련 업무처리 시간도 단축된다. 주주 참여가 늘어나면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한 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
실제 주총 시즌에 많은 기업들이 같은 날에 주총을 개최하면서, 여러 기업의 주주일 경우 물리적으로 참여에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전자투표는 이런 문제도 해소해준다.
국내 민간 대기업 중에서는 2017년 SK이노베이션이 최초로 전자투표를 도입했고, 지난해까지 34.4%의 기업이 제도를 도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주 친화 경영을 위해 노력하면서 전자투표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주총에 모이기를 꺼리는 상황이어서 전자투표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SK·신세계·CJ·포스코 등 도입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