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영수증 선택 발급제가 지난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종이 전표 발행 비용 문제를 놓고 카드사와 관련 업계 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종이영수증 선택발급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맹점 실제 관리를 하고 있는 밴사와 밴대리점, 카드사 간 입장이 달라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현재 식당 등 가맹점에서 사용되고 있는 결제단말기 선택 출력 기능 업데이트 문제도 보완점으로 떠올랐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해 오던 종이 전표 비용을 삭감하자 밴업계는 일방적인 비용 인하가 부당하다며 금융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일부 카드사는 가맹점에 지급해 온 종이 전표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며 밴사에 통보했다. 이로 인해 밴사와 카드사 간 갈등이 이어졌다. 급기야 11일 선택발급제 시행이 되면서 양사 간 종이 전표 비용은 결국 절반으로 깎아 지급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그러나 종이 전표를 직접 받아 온 가맹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선택발급제 시행을 모르는 곳이 상당수인 데다 종이 전표를 여전히 많이 쓰는 중대형 가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고객은 카드 이용 후 영수증 출력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영수증이 필요한 고객은 기존처럼 받으면 되고,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의사를 가맹점에 밝혀 영수증을 출력하지 않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자동으로 종이 영수증을 발급하는 관행이 사라지는 셈이다. 종전에는 가맹점에 따라 고객에게 수령 의사를 묻고 이에 답한 고객에게만 영수증을 주는 곳이 있었지만 영수증 자체는 예외 없이 발행해 왔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문제도 해결 과제다. 카드사와 밴사는 결제단말기에 선택 출력 기능을 상당 부분 탑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맹점주가 이 같은 기능을 모두 수용, 기기를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정부가 추진하는 선택발급제는 새로 설치되는 신형 단말기가 대상이다. 이미 보급돼 있는 구형 결제단말기는 밴사와 밴대리점을 통해 소비자가 영수증 출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재해야 한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같은 변화는 종이 영수증이 대부분 현장에서 버려지는 현실과 종이가 아니더라도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카드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카드업계는 연간 500억원대에 이르는 종이 영수증 발급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버린 영수증을 누가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덜고, 가맹점으로선 영수증 폐기 부담을 줄이고 고객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카드업계도 고객이 편리하게 카드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카드사, 밴사 지급 종이전표 비용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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