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을 받던 럭셔리 크루즈 여행이 공포스러운 감금의 나날이 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수많은 승객이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지난 5일 10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처음에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없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내 상황이 급변했다. 선내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16일 기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나온 확진자는 355명이다.
16일 무려 70명 감염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당초 선내 총인원이 3711명임을 감안하면 10% 가까운 감염자 비중을 보이는 셈이다. 관리를 위해 파견된 검역관조차 감염되는 일도 생기면서 초비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탓에 배가 정박 중인 일본은 물론 세계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주목하고 있다. 덩달아 다른 크루즈선도 '혹시 모른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크루즈 정박을 막고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대규모 감염은 특수한 선내 환경, 코로나19 특성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배 탑승객은 일정 기간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다. 공용공간도 한정된 곳에 밀집해 있다. 객실이 나눠져 있어도 식사할 때나 화장실 등지에서 접촉하기 쉽다. 특히 밀폐된 내부 공기를 통풍관으로 순환시키는 구조라는 점도 우려를 산다.
특히 선내 복도는 일반적인 건물 복도에 비해 매우 좁은 편이다. 배가 흔들리면 확진 환자와 다른 승객이 부딪히기가 매우 쉽다. 환자가 난간을 잡는다면 이를 통해서도 전염 가능성이 높다. 선내는 바이러스를 옮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선내 환경은 사실 옛날부터 병을 옮기는 주요 루트였다. 중세시대 흑사병(페스트) 전파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 역시 배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승객 움직임이 많지 않아 배가 훨씬 위험도가 높다.
이런 배의 특성이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전염 방법과 결부돼 사태가 커졌다. 코로나19의 주요 전염 루트는 '비말'이다. 환자 재채기나 기침에서 나온 비말을 다른 이가 흡입해 전염될 수 있다. 또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코나 입과 같은 점막 부위를 만질 때 감염된다. 현재는 대변을 통한 전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염 대상과 가깝고 접촉이 많을수록 감염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3, 4차 감염이 배 안에서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일본의 대응이다. 일본은 적(바이러스)이 물가(미즈가와)를 건너기 전에 막는다는 '미즈가와 전략'을 토대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하선을 막고 격리했다. 이 때문에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선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미 감염자 수는 급격히 늘어난 뒤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