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지난해 초 개봉해 인기를 끈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다.
지금 미디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개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갑자기 이 같은 명대사가 생각났다.
두 개의 OTT는 서비스 개시 3개월도 안 돼 286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디즈니플러스(+)와 얼마 전 미국 최대 케이블TV 컴캐스트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자세하게 설명한 피콕이다.
양 사 모두 '지금까지 이런 OTT는 없었다'라고 뽐내고 있는 듯하다.
비록 가입자 전체의 20%가 버라이즌 패키지 가입자이긴 하지만 디즈니+ 가입자 확보 속도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넷플릭스가 약 2800만 가입자 확보에 2년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하면 더욱더 그렇다.
컴캐스트는 지금까지 콘텐츠 사업자 중심 OTT와 다르게 오랫동안 준비한 피콕을 오는 4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피콕은 매달 구독료를 내는 다른 OTT와 달리 무료로 기본 패키지를 제공하는 광고 기반 OTT다.
피콕은 NBCU가 방대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경쟁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NBCU는 NBC방송과 경제 매체 CNBC, 영화 스튜디오 유니버설픽처스·일루미네이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 뉴스채널 MSNBC 등을 보유하고 있다. '파크스 앤드 레크리에이션' '브루클린 나인-나인' '다운타운 애비' 등 인기 콘텐츠를 광고가 있는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1만5000시간 이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고급형 티어를 매달 5달러로 구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사 가입자나 다른 유료방송 가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단 컴캐스트 산하 NBC 유니버설(NBCU)과 계약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스티브 버크 NBCU 사장은 “대부분이 케이블TV, 위성방송과 계약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궁극으로 미국 인구의 80%가 고급형을 무료로 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컴캐스트 피콕에 주시하는 다른 이유는 서비스 출시까지 많은 시간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OTT 전신이라 할 수 있는 'TV 에브리웨어' 개념은 지난 2006년 미국 케이블TV 중심으로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컴캐스트는 기술 연구·투자 지속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상파인 NBC를 비롯해 드림웍스, 최근 영국 스카이를 포함해 다양한 업체를 인수해 왔다.
TV 에브리웨어는 처음부터 자사 가입자만 대상으로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면서 가입자 유지와 방어에 이용했다. 초기 OTT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넷플릭스가 과연 '친구 또는 적'인지 '친구이자 적'인지 주의 깊게 살폈다.
결국 컴캐스트는 넷플릭스를 포함해 대부분 OTT를 자사 셋톱과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자사 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OTT 전용 셋톱인 플렉스까지 출시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자사 OTT 피콕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피콕 출시 기사를 읽으면서 다른 OTT보다 늦게 출시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OTT는 없었다'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평 결합과 수직 결합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시청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술 투자 지속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자신감이 보였다.
미국에서도 또 다른 미국인 영화의 성지 할리우드에서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고 당당하게 인정받은 영화 '기생충'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지금까지 이런 OTT는 없었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