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점포 대형화 전략이 적중했다. 지난해 하락세에 접어든 국내 백화점 시장에서 기존점 매출이 늘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반면에 지방 중소형 점포 비중이 높은 롯데는 기존점이 역성장하며 부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기존점 매출은 5.3% 성장했다. 국내 백화점시장이 0.1%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대구점 등 대형점포를 중심으로 외형성장을 일궜다.
지난해 순매출액은 1조5576억원으로 10.4% 감소했지만 이는 인천점을 롯데에 넘긴 일회성 영향 탓이다. 인천점 매출이 빠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3%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늘어난 곳은 백화점 3사중 신세계백화점뿐이다.
반면 업계 선두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기존점 매출이 1.4% 줄었다. 국내점 기준 순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2.5%, 2.2%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순매출은 1조9351억원으로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61억원으로 7.0% 줄었다.
각 사의 희비를 가른 것은 점포 규모와 명품 경쟁력의 차이다. 신세계는 지역 거점마다 압도적 규모를 앞세운 '초대형 전략'을 고수했다. 백화점 3사 중 점포수는 가장 적지만 대형화를 통해 더 많은 집객 효과를 누렸다. 작년 국내 백화점 매출 상위 10개 점포 중 신세계는 4개점으로 롯데(3개점)·현대(3개점)를 앞지른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총매출액 기준 2조373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백화점 중 최초로 연매출 2조원 벽을 넘어섰다. 1년 새 매출이 14.0%나 급성장했다. 영업면적 역시 8만6500㎡로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크다.
지역 선두로 자리매김한 다른 신세계 점포들 역시 성장률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출 1조1460억원으로 전년대비 4.7% 늘었고 대구 신세계도 매출 7970억원으로 9.5%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롯데의 중소형 백화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규모가 작은 롯데백화점 관악점과 마산점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11.9%, 10.7% 줄었다. 두 점포는 이번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명품 경쟁력도 희비를 가른 주된 요소로 꼽힌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명품이 백화점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29%에 달한다. 다른 백화점의 경우 10%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형 점포 비중이 높은 신세계가 다른 백화점보다 장사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소비 불황이 지속되고 오프라인 업태 침체기가 길어질수록, 명품 경쟁력은 물론 더 많은 콘텐츠로 집객을 유도할 수 있는 대형 백화점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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