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충전 업계의 브로커(외주영업) 비용만 전년대비 2배로 치솟았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충전 업계는 보통 충전기가 설치되는 주차면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브로커를 활용하는 왜곡된 시장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충전기 보급 물량은 줄어든 반면에, 충전사업자가 크게 늘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충전기 당 정부 보조금이 320만원인데 브로커 비용이 40만원까지 오르면서 부실시공이나 제품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6일 충전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충전서비스 업체가 공용 완속충전기(7㎾) 당 영업 수수료로 40만원을 책정, 외주업체 모집에 나섰다. 작년까지 20만원 안팎이던 영업 수수료가 2배 수준으로 올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른 경쟁 사업자들도 기존 20만원에서 50% 혹은 10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외주영업 업체 관계자는 “일부 충전서비스 업체로부터 다수 업체들이 영업수수료로 작년보다 두 배 많은 40만원을 제안 받았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공용 충전기 8000개 예산을 확보하고 선착순으로 전국에 보급한다. 보조금은 충전기 1기 당 설치·공사비를 포함해 작년과 같은 320만원이다.
충전기 가격은 90만~110만원, 공사비와 한전 불입금까지 합치면 270만~300만원 수준이다. 충전서비스 업체는 여기에서 남은 비용으로 외주영업비를 지불하고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그런데 외주영업비용이 최대 40만원까지 오르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비와 제품 원가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실 시공이나 원가를 낮춘 저품질 제품 설치가 우려되는 이유다.
충전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충전기 설치 주차면을 많이 확보할수록 매출과 이익이 커지는 구조로 올해 정부 물량은 줄고, 경쟁 업체가 늘면서 외주영업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과도한 영업비로 제품이나 공사 품질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18년 충전기 보조금 선점 경쟁 과열로 외주영업 업체들이 환경부, 환경공단 등을 사칭한 일이 발생하면서 환경부가 외주영업 업체 등록 관리 등의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