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핵심 소재인 '고선택비인산' 수급 다변화를 추진한다. 신규 협력사와의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돼 적용이 임박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국내 소재업체인 엘티씨에이엠과 협력해 고선택비인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선택비인산은 3D 낸드플래시에 적용되는 소재다. 3D 낸드는 평면(2D)에 많은 회로를 넣는 대신 수직으로 회로를 쌓아 반도체 집적도를 높인 플래시 메모리다. 고선택비인산은 이렇게 수십층으로 쌓인 3D 낸드 박막들 중에서 특정 박막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3D 낸드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제품이다. 낸드플래시 저장용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낸드 확대에 따라 고선택비인산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재는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몇몇 기업이 도전에 나섰지만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선택비인산을 개발한 엘티씨에이엠은 2004년 설립된 반도체 화학재료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세정액, 식각액 등 습식 화학재료(Wet Chemical)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다.
엘티씨에이엠은 지난 2018년 10월 반도체용 고기능성 케미컬 제품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SK머티리얼즈와 전환사채 인수계약 및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SK그룹 반도체 소재 전문 회사인 SK머티리얼즈와 손잡으면서부터 고선택비인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반도체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엘티씨에이엠의 고선택비인산 평가를 상당히 진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도 성공적으로 나와 채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언제, 어떤 제품에, 얼마나 소재를 사용할지 최종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엘티씨에이엠의 고선택비인산이 상용화되면 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선택비인산 시장은 솔브레인이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소재를 만드는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선택비인산을 독점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엘티씨에이엠이 가세하면 솔브레인은 최소 SK하이닉스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아울러 제조사 확대로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내 고선택비인산 시장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엘티씨에이엠의 고선택비인산 개발과 SK하이닉스의 수급 다변화 전략에 따라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