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로봇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도입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인증 건수는 3건도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국내 서비스로봇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가 KS 인증을 획득할 만한 유인책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추가로 로봇 KS 인증 규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시장과 밀착된 인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로봇 분야 KS 인증 건수는 이달 기준 2건에 불과하다. 로봇업체들은 인증이 제정된 2016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3건을 인증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마저도 2건으로 줄었다.
KS 인증은 1962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대표 품질 인증이다. 전체 인증 건수는 1만3000건에 이른다. KS 인증은 KC 인증과 같은 강제 인증이 아니라 법정 임의 인증이기 때문에 업체가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는 실효성이 없으면 KS 인증을 획득하지 않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16년에 서비스로봇 분야 대상으로 KS 인증을 도입했다. 현재 로봇 분야 KS 인증은 교육 보조 로봇(KS B 7304), 건식 가정용 청소로봇(KS B 7303), 교구용 로봇(KS B 7302) 등 3개 규격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교구용 로봇 분야에서만 KS 인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성장에 대비해 KS 인증을 제정했지만 KS 인증을 획득해서 얻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리하는 인증이기 때문에 시험·인증비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에 비해 적지만 이마저도 혜택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봇 업체의 한 관계자는 “KS 인증은 임의 인증이기 때문에 KC 인증처럼 받지 않아도 된다”면서 “KS 인증을 받을 때 드는 노력을 생각할 때 별도로 특별히 받아야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KS 인증을 제정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산업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용 제품 출시도 활발하지가 않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 기준으로 인증·규격을 섣부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증과 규격을 제정하면 특정 업체의 규격만 반영, 실효성 있는 인증을 만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육 보조 로봇과 건식 가정용 청소로봇은 KS 인증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교육로봇과 청소로봇 업체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시장과 유리된 규격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분야 국제표준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시장 성장에 대비해 인증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 발표 예정인 '로봇 표준화 로드맵' 서비스로봇 KS 인증과 규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로봇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로봇 KS 인증을 지속 늘려 달라는 게 업계 입장”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서비스로봇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장 수요는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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