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액상형 전자담배 및 베이핑에 대한 입장을 바꿔 국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처의 대응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WHO는 반베이핑 정책은 유지하고 있지만 친베이핑 단체와 전문가 입장을 수용했다. 국내 시장에서 향후 변화될 기조도 관심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WHO는 지난달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사태와 관련한 공식 문답을 발표했다. 전자담배 및 보건전문가들은 해당 문답이 과학에 기초한 객관성 보다는 전자담배에 대한 경고 목적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비판에 나섰다.
WHO가 발표한 첫 문답에는 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대마초 성분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언급 없이 중증 폐질환 발생의 원인으로 '니코틴을 함유한 액상형 전자담배'만을 지목했다. 반면 실제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마리화나 성분의 일종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의 연관성 설명은 하지 않았던 것이 핵심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WHO는 최근 문답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에 나섰다. '미국에서 발행한 환자 2000여명 중 80% 이상이 THC가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것이다.
CDC도 폐 손상 환자 발병 이유로 내려졌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를 'THC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난해 12월 말 변경한 바 있다. 이어 CDC는 지난 11일 중간 발표에서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사용하기로 선택한 경우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며 일반 궐련 담배 대신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다만 CDC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THC가 함유된 전자담배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전문가들은 WHO 같은 국제기구나 규제 당국이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정보 전달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뒤로 하고 일종의 '공포 마케팅'에 치중하면 소비자들 혼란이 가중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금연운동조직인 ASH 최고 책임자인 클라이브 베이츠 박사는 “전자담배와 일반 궐련 담배의 건강 위해성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매우 비윤리적”이라며 “WHO의 모호한 입장은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고, 이로 인해 공중보건 차원에서 심각한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와 CDC 등의 입장 변화이후 국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국내 보건복지부는 미국에서 발생한 중증 폐 손상 발병에 따라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국내 153종 핵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사용금지 권고를 유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분석 결과에도 나왔듯이 국내에서 THC가 검출된 제품이 없었던 만큼 사용 중단 강력 권고를 철회해야 될 것”이라면서 “전자담배를 일반 권련 담배에 비해 유해성을 줄이는 '함리덕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