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국내 중소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가 반도체 핵심 설계 자산(IP)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지난해 4월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 후속 조치다. 설계 기반이 열악한 팹리스 업체의 역량을 키우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외 다양한 IP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시스템반도체 핵심 IP 개발' 사업 참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 중소 설계업체와 협력해 핵심 IP를 개발하는 과제를 실무진 사이에서 구체화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카메라 등 영상 관련 칩 내에서 연결을 돕는 물리적 인터페이스 MIPI(미피) D-PHY(파이), C-PHY, M-PHY 개발 과제를 수행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반도체 핵심 IP 개발 사업은 지난해 4월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한 뒤 진행한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다.
26개 시스템반도체 설계 관련 과제, 16개 설계 장비 관련 과제 외에 IP 분야만 별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0년 총 86억4000만원이 투입되고, 16개 핵심 IP 개발 과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가 끝나면 오는 4월께 과제를 시작한다. 16개 과제 중 절반을 삼성전자와 중소 설계업체가 협력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는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건축으로 비유하면 설계도에 해당한다.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들도 핵심 IP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파운드리 업체도 공정에서 설계업체를 매끄럽게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IP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과거 시스템반도체 지원 정책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P의 중요성은 강조돼 왔지만 학계 위주로 지원을 해온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업체에게 개발 자금을 직접 투입하면서 양산에 곧장 기술 적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파운드리와 중소 팹리스 업체 간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28나노(㎚)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 도입에 초점을 맞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55~65나노 공정 등 미들엔드 수요가 많은 중소 팹리스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 팹리스 업체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하고 싶어도 삼성의 IP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대만, 중국 파운드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사업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다양한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중소 팹리스는 국내 첨단 파운드리를 사용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의 수요에 부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며 “삼성전자 과제 참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부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 발표와 함께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 강화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