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A대학은 메신저로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넌지시 휴학을 권했다. 돌아온 것은 강한 반발 뿐.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왜 대학이 학습권을 침해하냐고 따지는데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A 대학 역시 일거에 중국 유학생이 휴학했을 때 입을 타격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휴학 권고를 하기도 힘들었다. A 대학은 권고 공문은 보내지 않고 메신저 등으로만 안내키로 했다.
#수도권 소재 B대학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이메일로 휴학 권고 공지를 하고 말았다. 개별적으로 전화해 독려하자니 학생들이 진짜로 휴학을 할까봐 걱정됐다.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막상 적극적인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유학생들에게 휴학을 권고하도록 안내했지만 대학도 유학생도 적극적으로 휴학을 받아들이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권고'가 됐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에게 정식 공문이나 개별 연락을 통한 권고와 같이 적극적인 휴학 권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제안을 받은 중국 학생 또한 크게 반발한다고 알려졌다.
교육부는 최근 입국 예정일과 국내 거주지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국내 입국이 어려운 중국 체류 유학생에게는 1학기 휴학을 권고하는 방침을 지난 16일 밝혔다.
대학은 교육부의 휴학 권고 방침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정, 국제화역량 인증제도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에게 휴학을 적극적으로 권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인 유학생은 경희대(3839명), 성균관대(3330명), 중앙대(3199명), 고려대(2508명), 한양대(2424명)로 주요 대학당 수천명에 달한다.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은 유학생 확보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유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 모수가 줄어들면 국제화역량 인증제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휴학을 권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은 휴학 권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 입국을 희망하는 학생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 관계자는 “중국 학생에게 대학이 휴학을 권고할 명분은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해도 대부분 중국 학생들이 의료 시설이 잘돼있는 한국에 입국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대응 지침 중 하나인 '중국인 유학생의 대학 내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도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중국인 학생은 입국 후 14일 간 수업에 참여할 수 없으며, 대학 내 식당·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며 위반 시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다.
인력부족과 인권 등의 문제로 중국 학생의 도서관 이용을 제한하는 대학은 드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 관계자는 “14일 이내에 입국한 학생을 선별해 도서관 이용을 막을 인력과 시설이 없다”며 “그렇다고 모든 중국 유학생의 도서관 이용 금지는 인권 침해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도서관 내 공지문만 붙였다”고 말했다.
대학은 정부가 할 일을 대학에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방역을 목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아예 막지 않은 상황에서 권한이 없는 대학은 더더욱 중국인 유학생 입국을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 한 대학 당 많게는 몇천 명이나 되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학 교직원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대학들은 코로나19 폭탄돌리기를 하는 심정”이라고 우려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