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업 방식에 변화를 꾀한 애경그룹의 상권특화 쇼핑몰 사업이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위탁 형태로 투자금은 최소화했지만, 부진한 업황에 수익성 개선효과가 미흡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기존 백화점 사업모델인 AK플라자 대신 상권 특화형 쇼핑몰인 AK&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마포애경타운에 AK& 홍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AK& 기흥과 AK& 세종 등 3개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AK&은 기존 백화점보다 규모가 작은 지역친화형 쇼핑센터(NSC)다. 백화점 영업면적에 3분의 1 수준이지만 지역상권 특성을 반영한 MD 구성이 특징이다.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테라스몰 쇼난 등이 대표적으로, 백화점 산업이 황혼기에 접어든 일본에서 일찍부터 새로운 유통 모델로 각광받았다.
애경은 침체에 빠진 백화점 AK플라자를 대신해 AK&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선두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광역상권보다는 세밀한 상권 분석을 통한 지역형 쇼핑몰이 보다 승산이 높다는 계산이다.
백화점 부문의 수익 구조 다변화도 기대했다. 기존 백화점 사업은 입점업체 판매상품의 일정분을 수수료로 받는 특정매입매출이 대부분이라면, AK&은 쇼핑몰 소유주로부터 위탁수수료를 받는 위탁경영 방식이다.
일례로 AK& 홍대의 입점업체가 건물 소유주인 KT&G에 임대료를 내면 애경은 매출에 비례한 일정 금액을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쇼핑몰 소유주와 경영을 맡는 유통업체가 완전히 분리된 형태다.
애경 관계자는 “현재로선 AK플라자 출점 계획은 없다. 앞으로 오픈하는 모든 점포는 AK& 모델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AK플라자는 구로점을 폐점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반면, AK&은 오는 2022년까지 경기도 광명과 안산에 추가 출점하기로 했다.
문제는 AK& 사업성과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 지난해부터 AK& 출점을 늘렸지만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백화점 업황 침체와 맞물리면서 매출 성장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AK홀딩스 백화점부문의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34억3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3037억원으로 8.6% 줄었다. 백화점 자회사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AK홀딩스는 AK플라자의 모기업으로, 사업운영은 지분 73%를 보유한 백화점업 자회사인 AK에스앤디가 맡고 있다. AK에스앤디는 기존 AK플라자 운영에 따른 상품매출과 임대수익을 포함해, AK& 위탁경영을 통한 수수료 수익도 거둔다.
애경은 AK& 홍대·기흥·세종점을 통해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AK에스앤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3360만원으로 전년대비 87.4%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마저 2487억원으로 13.5% 줄었다.
쇼핑몰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AK& 부진이 뼈아팠다. 첫 매장인 AK& 홍대의 경우 홍대 상권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화된 MD를 집중 선별했지만 방문 고객수가 기대를 밑돌았다.
회사 측은 AK&은 아직 사업 초기단계인 만큼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작년에는 내수경기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AK&을 통해 안정 지향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