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국책은행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핵심 관계자들이 명예퇴직제 개편 문제를 논의했다. 국책은행은 명예퇴직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명예퇴직제가 현실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과 각 은행 노조위원장, 임기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서울 광화문 소재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자리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했다.
오찬으로 시작한 간담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국책은행이 정부에 개선안을 설명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은 명예퇴직 조건을 높여야 임금피크 대상자가 물러나고, 그만큼 신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명예퇴직제를 활성화해야 인건비 절감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2022년 1018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직원에서 10% 넘는 수치다. 산업은행은 311명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2년 70명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임금피크 대상자는 정년까지 받을 연봉의 45%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은 명예퇴직자에 퇴사 직전 20~36개월치 평균 임금을 제공한다. 실질적으로 시중은행 명예퇴직조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국책은행 관계자 설명이다.
복수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금 명예퇴직제에서는 임금피크 대상자가 자리를 지키는 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유휴인력이 늘어날수록 조직 부담은 커진다”면서 “근래 명예퇴직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제도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칼자루를 쥔 것은 기재부다. 공공기관 명예퇴직제는 기재부가 담당한다. 이날 간담회로 기재부와 금융위는 각 국책은행의 구체적 요구를 확인했다.
기재부는 국책은행 명예퇴직 개편에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형평성에 있다. 국책은행 명예퇴직제를 확대할 경우 다른 기관에서도 퇴직금 산정 개편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에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 특혜 시비로도 번질 수 있다. 자체 수익으로 퇴직금을 충당할 수 있는 국책은행과 달리, 일반 공공기관에서 퇴직금이 늘어날 경우 세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금피크제 논의는 초기 단계다. 이날 국책은행과 정부 모두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기재부 관계자도 “의견 청취 차원에서 참석한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국책은행이 방안을 내놓은 만큼,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정부가 어떠한 답변을 내놓느냐가 명예퇴직제 개편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