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 '경기 성남시 어린이집 유아 간 성 문제행동 사고'와 관련한 국민청원 답변을 공개했다. 아동 간 성범죄에 대한 대응매뉴얼을 마련하고 전문기관 연계시스템을 구축한다. 정부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한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한다.
김유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답변에 앞서,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어린 자녀가 입은 상처와 그로 인해 부모님이 현재 겪고 계신 아픔과 고통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청원 계기가 된, 사건 현황 및 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청원은 성남시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여아가 같은 반 동갑내기 남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작년 12월 2일부터 한 달간 24만1135명이 동의했다. 특히 청원이 공개된 날로부터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해당(가해) 아동의 나이가 만 5세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만큼 부모를 통한 적극적인 피해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와 강제력을 가진 중재 기관을 만들어 달라. △(해당)아동의 아버지가 현직 국가대표 운동선수임을 밝히며 국가대표 자격 박탈도 요구했다.
경찰은 현재 어린이집 CCTV를 확보해 영유아보육법 위반사항이나 교사 방임이 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조사 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교사 방임이 있는 경우에는 법에 따라 처분할 예정이다.
김 비서관은 “기존 유아에 대한 성 관련 용어나 교육, 피해자 지원 등이 성인으로부터 행해진 행동에 대한 대응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아동 간 성 관련 행동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며 관련 대책을 내놨다.
△취학 전 유아기 아동의 성 관련 행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관련 대책을 마련 △유아 간 성 관련 문제행동 발생 시 대응매뉴얼을 마련하고 전문기관 연계시스템을 구축 △유아 대상 성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담당교사를 지정 △어린이집 내 유아 간 행동에 대해 어린이집 교직원이 보다 면밀한 관찰과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법에 따라 조치 등이다.
김 비서관은 “취학 전 유아 간 성 관련 행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부터 시작해 유아의 성 문제행동의 원인과 대처방안, 교육내용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아동 성 문제 행동 발생 시 어린이집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피해자 분리, 보호 및 치료, 부모 중재 등을 포함하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피해 아동에게 피해 사실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와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에서는 유아기 아동의 성 관련 행동에 따른 사건 발생 시 조사, 상담, 중재, 보호, 치료, 사후관리 등을 포괄하는 전문기관 연계시스템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 비서관은 “올해 1월부터 대응 매뉴얼 개발과 전문기관 연계시스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 내용을 보완하고 어린이집 성폭력 예방 교육 이행에 대한 현장점검도 실시한다. 아동 대상 성인지 교육 콘텐츠와 교육교재를 개발한다.
김 비서관은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성인지 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이와 관련한 보수교육을 실시해 담당교사가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육부도 이 내용을 바탕으로 유치원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담당교사 지정을 통해 성인지 교육내용 등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해 아동 아버지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에 대해선 “대한체육회에서는 현행 규정상 자격박탈 요건에 이르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와 지도자 본인의 직접적인 비위행위에 대해서만 국가대표 선수 자격 결격사유와 징계를 적용 할 수 있다.
김 비서관은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청원을 계기로 시작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촘촘한 대응체계를 통해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유아기부터 올바른 성 관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내실 있는 성교육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발생 후 보건복지부는 해당 내용에 대해 관계기관과 회의를 통해 사건의 경과 및 대응현황을 파악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해바라기센터와 성남시청에 사건 발생을 보고하고 부모 간의 중재를 시도했다. 성남시에서는 CCTV 확인과 함께 피해아동에 대한 치료 및 사건 대응을 위해 관계 전문기관 대책회의 등을 통해 아동 보호와 사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피해아동에게 의학적 진단·치료와 함께 심리평가·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동의 보호자에 대해서도 심리치료를 함께 지원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아동행동·심리·법률전문가와 아동보호전문기관, 해바라기센터 등 현장전문가 등과 함께 사건의 특성과 제도적으로 미비하거나 보완할 사항 등에 대해 검토했다.
그 결과, 현재 아동 간 성 관련 문제 행동에 대처하는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이 미비하고 이번 사건은 특히 유아 보호에 중점을 두고 개선사항을 보다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정부는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