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확진자가 매일 두 배씩 불어나면서 대구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북적이던 거리엔 인적이 뚝 끊혔고, 상점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은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면서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썰렁했다.
23일 현재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80% 이상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급증한 확진자 동선을 모두 파악할 수 없어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민들이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대구 도심 동성로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빈 모습이다. 따뜻한 봄 날씨에다 주말엔 특히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적막감이 감돌았다. 가게 절반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손님 발길은 뚝 끊겼다. 동성로에 위치한 한 가게 주인은 “확진자가 급증히 늘어난 지난 20일부터 손님들이 평소 3분의 1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슈퍼전파 사건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 대구교회와 주변도 둘러봤다. 대로변에 위치한 교회 앞 인도에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 주말이면 교인들로 북적였을 곳이지만 굳게 잠긴 출입문에는 '출입금지' 글귀만 붙어 있었다.
신천지 바로 옆 대형 커피전문점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영업시간을 당분간 단축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주변 식당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상인은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바람에 손님이 없어 문 닫을 수밖에 없다”면서 “언제 다시 영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은 주차장 절반을 취재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주말인데도 인근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병원 인근 도로에는 간간이 차량만 오갈 뿐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대구지역 병원은 오히려 북새통이었다.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는 주말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다. 시간이 흘러도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검체채취를 위해 왔다는 한 시민은 “확진자와 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증상이 있어 왔는데 진료를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기서 오히려 감염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했다.
대구시는 확진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중앙 보건당국 승인을 받아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 확진환자 입원치료를 위한 대응지침으로 음압병실 1인 1일에서 일반병실 다인 1실 체계로 전환했다. 시는 확진자 격리치료를 위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248병상, 대구의료원 239병상 등 총 487개 병상을 오늘(24일)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비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구미사업장에서 근무 여성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오늘(24일) 오전까지 구미사업장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생산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외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대구지역 출장을 자제시키고, 유급유가를 권고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받지 못해 벌써 10여일째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답답한 마음에 지역 기업지원기관에 하소연해보지만 뽀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서 “범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대구시는 긴급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과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한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21일 대구와 청도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지역 경제계는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분류, 기업 시설운전자금의 우선 융자, 상환유예, 상환기간연기, 이자감면 등 다양한 긴급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역 각급 학교도 개학을 연기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비상대책을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대구 유치원 341곳과 각급학교 459곳 개학이 오는 3월 9일로 1주일 연기한다. 대학도 대부분 개강을 2주간 연기했다. 각종 전시회도 연기됐다. 엑스코는 매월 4일에 개최하던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전문전시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를 오는 7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