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명품 브랜드가 게임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명품에 큰 감흥이 없는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에게 종전에 해온 예술적인 광고 영상 대신 게임과 e스포츠로 다가가는 전략이다.
명품 브랜드는 게임과 e스포츠를 통해 마니아적 성향이 있는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하길 기대한다. 단기 매출 효과도 있지만 일상 속 '취향 타는' 콘텐츠를 공유해 장기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투영한다. 게임 역시 게임을 잘 모르는 대중에 녹아들면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과 e스포츠가 패션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M) 세대(23~38세)와 앞으로 이끌어갈, 게임을 좋아하고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Z세대(22세 이하)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뉴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게임은 230조원, e스포츠는 4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패션 명품은 현재 350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중국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떠오르는 거대한 시장에서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해 게임과 같은 충성층 유치를 노린다.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라이엇게임즈와 협업해 '리그 오브 레전드' 트루데미지 세나 스킨을 선보인다. 루이 비통은 2019년 롤드컵을 기념해 챔피언 트로피 케이스도 제작해 게이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2016년 '파이널판타지13' 라이트닝을 시즌 컬렉션 홍보대사로 임명한 것 보다 좀 더 브랜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루이비통은 직접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루이비통이 출시한 '엔드리스 러너'는 벨트액션횡스크롤 게임이다. 오른쪽으로 끝없이 달리고 점프하며 루이비통 로고를 획득한다.
나이키코리아는 'T1엔터테인먼트&스포츠'를 후원한다. T1은 SKT와 컴캐스트가 합작한 e스포츠 전문회사다. 페이커 이상혁이 선수와 공동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T1 선수는 대회에서 나이키 유니폼과 운동화를 착용한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를 후원하며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한 전략과 상통한다.
나이키는 기존 스포츠 기능성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위한 기능성 유니폼을 연구한다. 오랜 시간 앉아있어 발생하는 체온, 통풍, 마감 문제 등 e스포츠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 유니폼을 제작한다. 언더아머 역시 게임과 컬래버를 진행하고 있다.
구찌는 '구찌 비' '구찌 에이스' '구찌 립스' '그립' 등 레트로 게임을 출시했다. 에르메스는 'H피치'를 플레이하면 독점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한다. 겔랑은 '마이로그C', 버버리는 '랫베리'를 선보였다. 크리스찬 디올은 게임을 통해 초대권을 배포했다. 샤넬은 팝업 오락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e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아 출시하는 제품도 있다. 휠라 '휠라 X 배틀그라운드 컬래버 컬렉션'은 베스트셀러 슈즈인 '클래식킥스B'를 비롯 휠라 의류·신발·액세서리를 총망라하도록 구성됐다.
김강욱 게임평론가는 “Z세대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게임을 기성세대가 접근하지 못하는 주류문화로 여긴다”며 “단순 소비가 아니라 기업을 소유하는 느낌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재미로 연결고리를 찾아 브랜드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