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700여명을 넘어서면서 의료계 해묵은 '원격진료' 논쟁이 다시금 주목받는다. 코로나19가 비말 등 대면접촉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전화상담을 통한 약 처방을 일부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대한의사협회가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환자 의료기관 직접 방문으로 인한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화상담을 통해 약을 처방받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내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의사 전화 상담으로 진료하더라도 진료비를 대면 진료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담아 의사 참여를 독려했다.
전화처방 방식은 직접 병원을 방문하는 대신 의료진과 통화를 하고 처방전은 휴대폰, 팩스, 이메일 등으로 약국에 접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처방전을 받은 약국은 환자에게 전화처방 사실 확인 후 조제를 시행한다. 복약지도는 전화, 서면 대체한다.
조제의약품 교부와 본인부담금 수령은 환자와 협의해 결정한다. 가족 등 대리수령자를 통해 교부를 권장한다. 다만 택배배송은 여러 접촉경로를 추가로 만들 수 있어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일시적 조치에 대한약사회는 국가 재난상황의 한시적인 긴급조치를 고려해 약국 등 협조를 부탁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항암제, 간염치료제 등 고가약도 처방전 발행병원 문전약국과 협조 등을 통한 처방 수용을 독려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전화처방 허용은 현행법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재난상황을 고려한 한시적 조치인 만큼 최대한 협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를 반대해온 의료계도 즉각 반발했다. 전화상담, 처방허용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 발표가 대한의사협회와 사전 논의, 합의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원격의료'라는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전화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움직임을 최소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하는 조치지만 이는 현재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면서 “원내조제의 한시적 허용을 통한 의료기관 직접 조제와 배송을 함께 허용하지 않는 이상 전화처방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사전 의견수렴을 진행했으나 충분한 협의가 되지 못한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전화처방 조치를 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저질환, 만성질환자 등이 코로나19 노출 시 사망 등 위험이 높은 만큼, 병원 내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전화처방은 일상적으로 '허용하겠다' 라는 방침이 아니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는 시기까지 의료기관 협조 아래 허용하는 것”이라면서 “현장의 어려운 점을 정부와 공유하고 일방적인 거부보다는 협의를 통해 의료기관의 추가적 감염 확산을 막고 의료인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