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납품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에 이어 BOE가 내년 애플 아이폰 OLED 공급사로 진입할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애플용 OLED 모듈 라인 투자를 결정했다. 회사는 쓰촨성 몐양에 위치한 OLED 공장 B11에 신규 모듈 라인 10여개를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 라인은 스마트폰과 같은 완제품에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될 수 있게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BOE는 B11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팹을 두고 있어 패널부터 모듈까지 일괄 생산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BOE는 애플에 OLED를 공급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 추진해 왔다. B11 공장 건설과 함께 아이폰 OLED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평가를 충족시키지 못해 최종 납품에는 이르지 못했다.
B11 모듈 라인 투자도 '아이폰용 OLED 공급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품질 평가를 최종 통과해야 실제 납품이 이뤄진다. 그럼에도 BOE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애플과의 교감에 따른 투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BOE 사정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최근 BOE에 OLED 공급과 관련해 설비 준비를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애플 의지가 반영돼 BOE에 투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BOE 진입 가능성은 전보다 한층 커진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이폰X(텐) OLED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했고, 최신 제품인 아이폰11 시리즈에도 삼성디스플레이 OLED 공급 비중이 압도적이다. 애플로서는 OLED 다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BOE는 OLED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 BOE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LCD 산업은 전반적으로 약세다. OLED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마이크로 LED와 같은 차세대 고부가 가치 제품 확대가 BOE에 중요한 시점이다.
LCD 수급처 다변화를 원하는 애플과 OLED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BOE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이어서 양사 간 협력은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BOE의 부상은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부정적이다. 삼성과 LG는 현재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고 있어 BOE 진입에 따른 경쟁 가열로 물량 감소와 단가 인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BOE는 내년 6월 애플에 OLED를 양산·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에 이어 BOE가 실제 애플 공급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