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자금 신청이 쇄도하자 재정당국과 예비비 투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안' 수립에 나서면서 추이를 살펴본 뒤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24일 중기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예비비 투입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예비비 투입 시점 등을 놓고 마지막 협의 단계”라고 말했다.
13일 중기부는 산하 4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2500억원의 자금 지원에 나섰다. 시행 1주일 만에 정책자금 신청건수가 1만3000건을 넘어서면서 관련 예산을 훌쩍 넘겼다. 이중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준비한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에도 7617건의 신청이 몰려, 공단이 준비한 200억원을 뛰어넘는 3890억원 규모 지원신청이 있었다.
중기부는 우선 기 확보한 2500억원을 신속 집행하고, 실탄이 떨어지는 시점에 예비비로 보완하는 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슈퍼 추경안' 편성에 나서면서 투입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예비비를 상반기에 다 활용할 경우 추후 발생할 재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추경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예비비는 추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증기관에서는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전액 보증 연장 등 추가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10일 총 3000억원 규모의 신규보증을 공급한 데 이어 지난 18일부터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는 운전자금 보증한도 사정 특례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스타트업 보증의 경우 통상 기업의 성장성 등을 고려해 월별 매출액 달성 여부에 따라 특례 한도를 정하고 있다. 신보는 이번 특례 시행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기간인 올해 1~3월은 실제 매출액 계산 기간에서 제외하고 보증 한도를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술보증기금과 지역신용보증재단 역시 지난 13일부터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특례보증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몰리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미 자금 신청도 당초 계획된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개별 지역 신용보증재단으로 긴급 지원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지역신보 단위에서 보증 업무가 원활이 이뤄져야만 소진공의 자금 공급도 원활해질 수 있어서다.
소진공 관계자는 “총 16명을 파견해 지역신보 보증업무를 지원하고 공단 지원사업을 원활히 연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 20%를 인하해 준 건물주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건물주 4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애로사항은 물론 전통시장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장관은 “과거 IMF 구제 금융을 요청하던 당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착한 건물주 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공동체 활동 저하 등 현재의 난관을 헤쳐 가기 위한 건강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