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이어 전문 유통점을 찾은 김모씨(34)는 국산 대신 중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 장착했다. 가격 때문이었다. 차량 규격 225/45ZR18의 경우 국산은 17만원대였지만 중국 브랜드는 절반도 안 되는 8만원대였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운 중국 타이어 브랜드가 국내 교체용 타이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중장기로 국내 타이어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타이어 수입액은 9억4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증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유럽 브랜드 중심으로 신차용(OE)과 교체용(RE) 시장 모두 수입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타이어 수입량은 2015년 649만개에서 지난해 1112만개로 71.3% 급증했다. 연간 1700만개 수준인 국내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5%(약 85만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중국 브랜드가 불과 2~3년 전부터 국내에 진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중국 브랜드가 자리 잡은 것은 공급사와 중소 대리점을 연결하는 대형 타이어 유통 총판이 직접 수입과 판매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체용 타이어 시장은 총판이 공급사로부터 싼 가격에 대량으로 물량을 받아 중소 대리점에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중국 타이어 브랜드는 하빌리드, 세이프리치, 트라이앵글, 하이로, 사일룬, 진유, 더블코인 등 대형 브랜드만 10개 이상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타이어 브랜드까지 합치면 30개 이상에 이른다. 총판이 공급한 중국 타이어는 가성비를 앞세워 영업용 차량 중심으로 교체용 타이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한 타이어 대리점 관계자는 24일 “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보니 택시와 렌터카 업자가 먼저 중국 타이어 장착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대리점은 동호회와 포털사이트 쇼핑 채널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5대 타이어' '유럽 기술 제휴 타이어' '70개국에 수출하는 타이어'라며 국산과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타이어 브랜드 대다수가 총판을 통한 단순 직수입 제품인 만큼 품질에 이상이 발견되면 보증 등 책임 소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타이어 총판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유럽과 미국 타이어 역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사례가 30%가 넘는다”면서 “중국 업체 역시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