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를 실현해 2017년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1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인 '에너지 다(多)소비 국가' 오명을 벗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이에 올해부터 의류건조기 및 공기청정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제도 등을 본격적으로 가동,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에너지소비 구조 혁신, 전방위로 확산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의류건조기와 공기청정기에 대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 개정사항이 시행된다. 소비자가 에너지효율 등급을 미리 확인한 후 해당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자재를 대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또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효율등급을 1~5등급으로 구분·표시하는 제도다. 개정 주요내용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대상 품목 신설(정격소비전력 3000W 이하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 적용 범위 확대(표준사용면적 200㎡ 이하) 등이다.
이에 따라 정격소비전력 3000W 이하인 의류건조기 제조·수입업체와 표준사용 면적이 200㎡ 이하인 공기청정기 제조·수입업체는 반드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해야 한다. 또 의류건조기·공기청정기 제조·수입업체는 '효율관리기자재 운용규정'에 따라 공인된 시험기관으로부터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 받아 제품 출고 또는 통관 전에 모델별 측정결과를 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를 개정사항이 시행은 의류건조기와 대용량 공기청정기의 판매 증가율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소비자는 관련 제품에 대해 에너지사용량에 따른 효율등급을 확인하고, 고효율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단은 올해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제도'를 실시한다. 2030년까지 국내 모든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구현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로드맵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녹색건축물 개념이다. 공단은 건축주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신청, 인증 요건에 충족하면 △건축기준 완화 △세제 혜택 △금융지원(대출·기부채납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사업도 지속한다.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84건 인증 신청이 접수됐다.
이 밖에 공단은 올 상반기 중 '2020년도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 세부내용을 확정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일부를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환급일정, 예산, 대상품목, 환급비율 등은 매년 상이하게 적용한다. 가전제품 구매비용 10%를 20만원 내에서 환급해주는 2019년도 사업에서는 총 23만368건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21만866건(259억3771만원) 환급이 이뤄졌으며, 1인당 평균 12만3000원을 환급받았다.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은 고가 가전제품 구매 부담을 덜어주고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 인식을 제고하는 효과를 동시에 유발했다. 공단이 환급대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4.4%가 환급사업으로 인해 최고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사업으로 매년 12GWh 전력절감 효과와 약 5513톤 온실가스 배출저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효율 개선,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
우리나라의 에너지효율 지표인 에너지원단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33위다. 또 한국은 세계 8위의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원단위는 독일의 갑절 수준으로, 미국·일본보다 높게 나타났다. 에너지원단위는 일정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다. 에너지원단위가 높으면 동일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무려 94%에 달한다. 2017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110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 23%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해외 의존도가 높고 수입 규모가 클수록 에너지효율은 경제·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효율 개선'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 오명을 벗는 동시에, 성공적 에너지 전환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세계 각국은 내년 신기후 체제 출범을 앞두고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한 과감한 소비감축 목표를 제시,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은 2050년 에너지 소비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키로 했으며, 영국은 올해 에너지소비량을 2007년 대비 18% 감축한다는 목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으로 2030년 에너지 소비량을 2017년 대비 14.4%까지 줄이기로 했다. '에너지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을 핵심 기치로 내세웠으며, 발전원을 전환하는 것보다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게 기대효과가 훨씬 크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