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근로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업장 폐쇄 등으로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현지 팹(fab) 생산 차질을 우려했던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내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최악 상황까지 걱정하게 됐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임직원에게 대구·청도 지역 거주자 및 방문인원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공가를 부여한다는 관리 지침을 전달했다. 최근 해당 지역이 코로나19 관련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감안, 사람 간 바이러스 교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조치에 따라 전체 근로자 중 10% 미만이 작업장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약 40㎞ 떨어진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장의 근무 인원은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해 총 1만여명 수준이다. 이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장 폐쇄는 물론 근무자 1만명 격리 조치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가동률 저하가 예상됐던 중국 내 팹은 춘절 연휴 이후 천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오히려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 내 생산라인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4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배포했다. 매일 임직원 건강상태 및 확진자 접촉 여부를 확인해 교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출장 자제 △내외부 행사 중단 △공장 출입자 전원 체온 확인 △방역 강화 △열화상 카메라 운용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내부 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충남 아산·천안에 생산거점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전 임직원에게 마스크 필참 지침을 내렸다. 근로자 간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생산직과 사무직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사업장 출입은 물론 출근버스 탑승도 허용되지 않는다.
회사는 현재 사업장 별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회의 개최 횟수를 최소화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사업장 주변 지역의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지속 확인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코로나19 위기 경보단계에 발맞춰 모든 회원사에 업무지속계획(BCP)을 안내하고 있다. BCP는 대규모 감염병 발생 상황에서 기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 직원관리방법 등을 규정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BCP가 가동되는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협회 각 회원사는 직원 재택근무, 출장 금지 등 다양한 방역 지침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올 2월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업체 평균 가동률을 70% 수준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이어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기존 전망치인 82%에서 12%p 하락할 것으로 봤다. 2월 글로벌 LCD 패널 생산량(면적 기준)은 기존 전망치인 1600만㎡에서 1400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LCD 공급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월 기준 55인치 4K LCD 패널 가격은 111달러로 지난달(102달러)보다 9%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110달러를 돌파했다. 65인치 4K LCD 패널 가격도 지난달 162달러에서 이달 170달러로 5% 상승했다.
IHS마킷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을 반영해 이달 패널 가격을 7~10% 올렸는데, 다음달에도 패널 값을 10%가량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