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 대란이 절정에 이른 지난 주말 어렵게 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굳게 닫힌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었다. 서울은 물론 대구마저 지역 내 모든 마트가 23일 일제히 문을 닫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온라인 주문 처리도 하루 동안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 완화해 달라'는 요청문을 보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만 의무휴일에 온라인 배송은 예외로 허용해 달라는 요구다. 협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혁신성장 옴부즈만'을 통해서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건의한 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가 문 닫는 주말이면 점포 기반의 온라인 배송도 멈춘다. 사업자 간 영업 활동이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의 온라인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해당 규제가 소비자 편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있다.
협회 관계자는 “생필품 배송이 원활할 수 있도록 매장 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말 온라인 주문에 따른 배송업무 제한은 한시 유예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경우 넷째 주 일요일인 23일 서울 지역 29개 매장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확진자가 급증해 생필품 사재기까지 발생한 대구에선 7개점 모두 의무휴업 규제에 따라 셔터를 내렸다. 관내 홈플러스 9개점과 롯데마트 2개점 역시 이날 휴점했다.
결국 시민들은 가까운 마트를 두고 마스크와 라면·생수를 사기 위해 금호강 넘어 경산점까지 달려가야 했다. 경북 경산시 관내인 이마트 경산점은 의무휴업이 수요일로, 오는 26일 문을 닫는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구 지역 배송 물량이 폭주하면서 원하는 때에 물건을 전달하기도 벅찬 상황인데 일요일 귀중한 시간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일단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무휴업 관련 처분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것이다. 또 이보다 앞서 법제처가 마트 배송도 의무휴업 규제에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동일 내용의 건의는 기각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건의는 매년 비슷하게 들어오는 내용으로 지난주 기재부 주재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협회 측과 만나 검토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e커머스 업체의 생필품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통한 배송 안정화로 국민 불편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당장 넷째 주 수요일인 26일에도 전국 대형마트 가운데 상당수가 의무휴업에 들어간다.
안정적·체계적 물품 보급망 확보가 시급한 시점에서 전국 단위 배송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제한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선 국회 상임위원회가 마비된 상황에서 빠른 정책 개선을 위한 행정입법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필요한 경우 법률 개정을 통하지 않고 유통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원활한 마스크 수요·공급을 위해 물가안정법을 적용한 것처럼 마트 의무휴업일의 온라인 배송 허용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규제 완화와 관련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