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 비전을 실현해야 한화솔루션 비전도 실현된다.”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한화 전략부문장 부사장이 올해 초 진행된 한화솔루션 '비전 공유식'에서 한 말이다. 공동 목표로 구성원 개별 역량을 끌어 올려야 회사를 존속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관 한화 부사장은 임직원 역량을 끌어모아 미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25일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구성원들에게 피터 자이한이 저술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등 두 권을 이른 바 필독서로 권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시장 진출 확대 의지를 공유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부문장인 그가 이런 방향을 잡은 만큼 그룹 전략 무게도 이동하지 않겠느냐”면서 “개개인과 그룹 비전으로 미국 시장을 특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이 패권국 미국을 회사 존립을 쥔 열쇠로 인식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 책은 미국 패권이 영원히 지속되고 셰일 혁명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한다.
관련 업계는 회사 미래 전략을 책임지는 김 부사장이 미국 시장 공략 의욕을 드러낸 만큼 현지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 분야로는 태양광이 꼽힌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태양광을 접자'고 그룹 내 모두가 외쳤을 때,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게 바로 김 부사장”이라면서 “사업 초반부터 관여, 누구보다 시장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그는 한화솔루션 피합병법인인 태양광 모듈업체 한화큐셀에 몸담은 2012년부터 북미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한화큐셀 북중미 법인을 집중 키웠다. 주재원을 20여명까지 늘렸다. 모듈 영업팀의 경우 유틸리티(사업용)와 레지덴셜(주택용)로 이분화해 공략했다.
세계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 전체 1위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12.1%, 14.5%로 10%대를 유지하다 2019년 1분기 27%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해 2분기에는 27.6%로 0.6%포인트(P) 증가했다. 현재는 28%까지 격차를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큐셀은 올해부터 북미 시장에서 초격차를 다질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1.6GW(약 250만명이 사용 가능한 전기량) 규모 태양광모듈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작년 9월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효율 높은 단결정 모듈을 주로 생산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과정에서 전략 수립과 효율 극대화에 적극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명문 사립 고등학교 세인트폴과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는 등 미국 사정에 밝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올해까지 11회 연속 참석, 세계 석학·기업인들과 두터운 인맥까지 갖췄다.
공략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사내 이사 후보로 어맨다 부시 세인트 오거스틴 캐피털 파트너스 파트너를 추천했다. 에너지·석유화학 전문 컨설팅 기업 출신인 그는 경영 전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사회 일원으로서 해외 시장 개척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한화큐셀 태양광모듈 판매량 비중은 8(해외) 대 2(국내) 수준으로, 이 중 미국과 유럽이 과반 이상 차지한다.
다른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글로벌 전략은 선진 시장 진출과 확대”라면서 “이에 적합한 글로벌 전문가를 천거한 것도 그의 작품으로 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