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전 유통업계가 신학기 시즌 판매에 극심한 타격을 받은데 이어 다가오는 혼수 시즌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연일 급증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소비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전 매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국내 가전유통 업계가 판매 부진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 판매는 활발한 반면 패션, 뷰티 등 다른 품목군은 판매가 극도로 부진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 심리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전제품 역시 판매가 부진하다. 예년 같으면 신학기 특별전을 통해 노트북과 PC 등의 판매가 활발한 시기지만, 올해는 신학기 효과가 크게 감소됐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서 제조해 들여오는 제품 수급이 어려웠고,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에어컨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조기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소비자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가전제품도 일부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 열화상카메라, 살균기 등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또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 아이 옷을 따로 세탁하기 위해 미니세탁기를 구매하는 사례도 늘었다. 실제로 1일부터 19일까지 홈플러스 미니세탁기 판매량이 전월 대비 633%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판매가 부진하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향후 판매 전망도 어둡다는데 있다. 3월 이후에는 혼수 시즌이 시작된다. 다양한 혼수 기획전을 준비하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정된 결혼식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어 수요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유통 업계 고위관계자는 “신학기 특별전, 봄맞이 세일, 에어컨 기획전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효과가 약하고, 언택트 소비 경향이 나타나면서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지역에는 매장 방문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 위축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보다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6.9로 전월 대비 7.3P(포인트) 하락했다”면서 “낙폭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이후 3번째로 크며, 메르스 사태 당시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수 조사기간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이뤄져 실제 소비심리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메르스 당시에는 급락 이후 바로 반등세가 나타나며 4개월 만에 직전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이번에는 조금 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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