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 STX엔진, 창원공장 생산 중단…기계업계 연이은 악재 '비명'

확진자 발생으로 내달 1일까지 폐쇄
中 주물·부품 수급 차질 악재 잇따라
기계업계 “출장 가도 만나주지도 않아”
해외영업 사실상 중단…수출 동력 급락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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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엔진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이번주까지 창원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계업계는 중국 공장 가동 차질로 인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를 우려한다. 또 '코리아 포비아'로 인해 해외 영업 활동도 사실상 중단되고, 불확실성도 가중되면서 하반기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TX엔진은 이번주 창원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을 중단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창원공장을 이번주 폐쇄하면서 엔진 조립과 시운전 활동을 중단한다. 창원공장 생산은 내달 2일 재개될 예정이다.

STX엔진은 지난 25일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직원 800여명이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국내 기계업체 생산공장이 코로나19 확진으로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첫 번째다.

이에 따라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계업체들을 위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부품과 제품을 조립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재택근무는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장 근로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곧바로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남 창원의 기계업체 A사 관계자는 “STX엔진 공장과 2㎞ 떨어져 있는데 STX엔진에서 확진자 발생 이후 직원 동선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계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생산공장도 원활히 가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 있는 현지 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재개했지만, 가동률은 평상시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 특히 기계 분야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주물 수급이 부족하다.

A사 관계자는 “중국 쪽에서 주물과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이번달 생산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다음 달까지 이 상황이 이어지면 주물을 만들 새 경로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리아 포비아로 인해 해외 영업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인천 남동에 위치한 기계업체 B사 대표는 “다음 달 미국 출장이 예정돼 있었는데 일정이 취소됐다”면서 “외국 회사에서 당분간 한국 사람을 안 만나려고 해 해외 영업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연간 생산계획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계업계는 통상 1분기에 하반기 제품 스펙과 생산계획을 결정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사업계획을 짜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국내 생산이 부진한 기계업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계산업 생산과 출하는 2017년 3.6%, 3.2% 상승했지만 2018년에는 각각 1.6%, 1.4% 감소했다. 또 지난해 기계산업 생산·출하는 각각 2.8%, 2.4% 줄면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특히 기계 수출기업이 많은 경남 창원국가산단 근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기계 수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기준 국가 산업단지 내 기계산업 수출의 52.6%를 담당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