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창업·벤처 생태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새 학기 들어 추진하던 창업 관련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지원사업 수행기관에서는 코로나19 예방물품 구매와 각종 행사 취소에 따른 위약금 집행 등을 인정하기로 하는 등 행정조치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창업 생태계뿐 아니라 벤처 투자와 펀드 출자 사업 지연 등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대 벤처투자 실적 달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지자체 등의 행사운영지침에 집단행사 실시 자제, 연기 등 조치가 내려지면서 창업지원사업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진흥원은 행사 운영시 집행예정 비목 가운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필요한 물품과 부득이한 행사 연기와 철회에 따른 위약금 등을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창업진흥원 외에 중기부 산하 기관들은 일제히 체온계, 손소독제, 마스크 등 코로나19 예방물품을 사업비 내에서 선집행하고 후 결과 처리하도록 했다.
실제 스타트업 대표 행사인 '디데이'도 이달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2013년부터 매달 이뤄지던 행사다. 디데이를 운영하는 디캠프 측에서는 “별도 청중 없이 출전팀과 심사위원 및 디캠프 관계자 등 30명 내외로 내부에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예정됐던 고벤처포럼도 취소됐다. 포럼은 2007년 3월부터 매달 열리던 행사로, 창업자와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VC) 등이 서비스를 설명하고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벤처투자 시장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를 집계하는 더브이씨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뤄진 벤처투자는 10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집계한 투자 115건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정부 차원의 공식 집계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실제 투자 현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반영됐다는 것이 시장 안팎의 평가다.
펀드레이징 시장에서는 출자자와 미팅을 잡는 것조차 어렵다고 성화다. 역대 최대 규모 벤처투자액이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풀리는 만큼 충분한 민간 출자자를 확보해야 하지만, 출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지난해 집행하지 못한 투자기업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모태펀드나 성장금융의 신규 출자 사업을 위해 금융권 등 출자자와 미팅이 이어지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예년 같지 않다”면서 “투자 기업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출자자를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출자자인 금융기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종 사업을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투입하면서 벤처투자를 위한 출자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제안서 접수 방식도 비대면으로 바뀌는 추세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출자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등은 지난 26일 제1차 성장지원펀드 제안서 접수를 우편이나 퀵서비스로만 받겠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통상 3월에 실시하는 펀드 출자 심의 절차 역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정부가 공언한 역대 최대 벤처투자 실적 달성 역시 덩달아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 출자기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전부”라면서 “장기화 여부에 따라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