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치솟는 거래량만큼 즐거운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생필품 등이 거래량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정작 마진이 높은 봄신상 패션, 여행, 티켓 등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e커머스업계에선 최근 급격하게 변한 소비형태 변화가 e커머스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하고 있다.
1일 e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위생용품 수요 폭증과 함께 식품과 생필품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비접점 언택트 소비로 이어지면서 온라인 주문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행, 패션 등 계절적 성수기였던 품목들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역성장하는 추세다.
G마켓은 최근 한달(1월 26일~2월 25일)간 주요 품목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신장률을 살펴보면 건강·의료용품이 864%나 폭증했다. 식품이 36%, 생필품이 49% 늘어났다. 옥션도 같은 기간 486%로 뛰어올랐고 생활·미용가전 136%, 식품 22%, 생필품 39%가 증가했다. 반면 여행·항공권은 G마켓과 옥션이 각각 58%, 66% 감소했다.
티몬은 최근(2월 21일~23일) 라면 등 간편식(975%), 위생용품(454%), 생활잡화(268%), 신선식품(180%) 순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패션의류는 9% 하락했고 신발류는 6% 상승하는데 그쳤다.
11번가도 비슷한 기간 손소독제가 9771%로 폭증했고 쌀(355%), 즉석밥(242%), 생수(185%) 등 생필품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해외여행 상품은 마이너스 93%나 줄었고 항공권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쿠팡은 식료품과 신선식품 주문량이 대폭 늘었다. 로켓프레시 상품은 품절 사태로 이어졌다. 하지만 비용도 함께 증가했다. 배송에 차질이 생기자 일반인이 배송을 대행하는 쿠팡플렉스와 배송 제휴된 3자물류를 통해 소화를 하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쿠팡 관계자는 “평균 200만건 주문에서 지금은 300만건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쇼핑 경험 제공을 위해 가격 동결에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류업계에서도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원자재 수급 난항으로 생산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 분야는 전체 매출에서 25%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하루 물동량이 1000만개가 넘는데 20만~30만개 늘어나봐야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커머스업계에서는 일부 품목에서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코로나까지 겹쳐 구매의욕 자체가 떨어진 점을 지적한다. 신학기 특수, 봄패션 수요는 그나마 감소폭이 작지만 여행 수요가 없어지면서 수익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여기에 품절과 배송 지연이 잇따르자 소비자 시선도 곱지 않다.
다만 이용자층이 20~30대에서 40~50대로 두터워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 예전 가전제품 구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는데, 이용자 경험이 압축해서 쌓이기 때문이다. 생필품에서 신선식품까지 구매 허들이 낮아지고 있고 상품군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쇼핑이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전반적 소비심리 위축 속에 제품당 평균판매단가(ASP)는 낮아지면서 전체 매출은 보합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