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가상현실(VR) 게임을 소재로 사이버 동성연애를 풀어냈다. 주인공 대니와 칼은 대학동창이자, 둘도 없는 친구다. 흑인 남성이라는 것과 격투 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마니아라는 게 공통점이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다가 대니의 생일날 11년 만에 재회한다. 칼은 이날 스트라이킹 바이퍼 VR 버전을 선물한다. 두 사람은 각자 집에 돌아와 게임에 접속한다.
예전처럼 대니는 남자 캐릭터, 칼은 여자 캐릭터를 고른다. 게임에 깊게 빠진 두 사람은 캐릭터로 빙의돼 신나게 상대를 공격한다. 코피가 날 만큼 두들겨 맞을 땐 실제처럼 고통을 느끼지만 금방 말끔히 회복되는 모습에 가상공간임을 인식한다.
그러던 중 그라운드 기술을 주고받는다. 자연스럽게 몸이 뒤엉키고 묘한 분위가 연출된다. 이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싸움을 멈추고 키스를 퍼붓는다.
놀란 두 사람은 급하게 종료 버튼을 누른다. 게임에서는 벗어났지만 강렬함은 잊히지 않는다. 이튿날 두 사람은 다시 게임에서 만난다. 이내 더 깊은 육체관계까지 갖고 만다.
현실에선 평범한 친구 사이이지만 게임만 켜면 연인이 되는 경험이 반복된다. 결혼 후 아이까지 낳은 대니와 10살 넘게 어린 여자친구를 둔 칼은 당황한다.
드라마는 이처럼 인물이 겪는 현실과 게임간 혼란과 갈등, 이에 대처하는 장면을 계속 보여준다. 실제로는 상대를 이성으로 느끼지 못 하지만 게임에선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사람을 통해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속 이야기는 먼 미래 상황이 아니다. 코앞까지 다가온 현실이다. 지금도 VR 기기를 매개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관련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된다.
디지털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대부분의 사물, 시스템, 환경 등을 가상 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다.
단순한 복제 수준이 아니다. 각종 센서와 무선 접속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과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 가령 실제 사건이 일어나면 가상 세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신속하게 반영된다. 진짜와 가짜 세계를 구분하기 어려워진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비드 갤런터 예일대 교수는 현실 속 인간의 삶이 데이터를 통해 가상 세계에 복제되는 '미러 월드'를 예견한 바 있다. 미러 월드가 쏟아낼 산업적 가치는 키우되 부작용은 경계하는 선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