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활용품 시장 선두업체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생용품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다만 손세정제와 마스크 판매는 급증에도 정작 회사 영업이익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 부진이 깊어지고 있어 고민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위생 전문 브랜드 랩신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설 연휴 이후 출고량이 설 직전 대비 3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LG생활건강 역시 핸드워시 등 관련 용품 매출이 증가했다.
이 같은 반사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 표정은 밝지 않다. 핵심 사업부인 화장품 사업이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사 성장세를 견인한 화장품의 중국 현지사업은 물론 국내 내수시장마저 위축되며 위기에 몰렸다.
화장품 업체 상당수가 중국 현지 사업장 영업중단으로 매출 타격을 받았다. 당장 1분기 중국 내수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낮추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올해 1조원으로 책정했던 LG생활건강 중국 화장품 매출 전망치를 8000억 원대까지 하향조정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도 문제다. 특히 필수 소비재가 아닌 화장품 판매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백화점과 방문 판매 수요가 크게 줄었다. 대형 유통매장이 확진자 방문으로 줄줄이 문 닫으면서 화장품 입점 매장도 타격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면세점 매출이다. 면세점은 화장품 매출 전체에 30%를 담당하는 주요 판매 채널로 방한 중국인이 급감하면서 고심이 깊어졌다. 이익률이 높은 고마진 채널 특성상 매출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들은 이달 들어 매출액이 40%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시내면세점들이 확진자 방문으로 잇달아 임시 휴점하며 화장품 판매도 같이 급감했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향·면세점 매출이 70% 감소할 경우 전사 영업이익도 9.0%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사 모두 생활용품 매출이 늘고 있지만 화장품 부문 하락세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위생용품은 저마진 상품군이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가격도 늘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부에서 4조7458억원, 생활용품에서 1조4882억원 매출을 거뒀다. 매출은 3배가량 차이나지만 영업이익은 화장품 8977억원, 생활용품 1260억원으로 격차가 7배에 달한다. 두 사업부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10.5%포인트 수준이다.
애경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생활용품 매출이 전년대비 5.3% 늘었지만 전사 영업이익은 23.5%나 줄었다. 화장품 매출이 4.5% 감소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부 매출 규모가 똑같지만, 영업이익은 4배 이상 차이난다. 수익성 확보 여부가 화장품 사업에서 결정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출 규모 면에서 화장품 의존도가 60%를 넘는다”면서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은 만큼, 생활용품 특수에도 불구하고 전사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