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가 마스크 공적 판매 채널에 대형마트를 추가해줄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식 건의했다. 정부가 마스크 하루 생산량 절반을 약국·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토록 조치하면서 마트 입고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 조치 직후 식약처 수급관리팀에 이 같은 내용에 공문을 보냈다. 식약처장이 정하는 마스크 판매처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도 포함해달라는 게 골자다. 고객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규모의 수급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약국과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공영홈쇼핑 등이 공적 판매처로 지정됐다. 마스크 전체 생산량 50% 이상을 이들 판매처에 납품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대형마트는 후순위로 밀렸다.
협회는 “기존 입고 물량도 필요량의 10%가 채 안됐던 상황”이라며 “공적 판매처 공급이 의무화되면서 마트와 슈퍼 같은 일반 판매처는 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 기존 확보했던 거래선 물량마저 강제조치에 따라 약국과 우체국으로 전환됐다.
실제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 조치 시행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시중 대형마트 마스크 입고 수량은 최대 75% 감소했다. 대형마트 A사는 15만개 안팎이던 일평균 마스크 입고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루 8만개 마스크를 확보해 온 대형마트 B사의 경우 27일 이후에 2만개 수준으로 4분의 1 토막 났다.
점포당 1000개 안팎이던 하루 수급량도 300개 이하로 줄었다.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마스크를 아예 납품받지 못한 점포도 곳곳에 생겨났다. 당장 공적 판매 우선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주부터 대형마트 납품 마스크 물량은 기존 대비 1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 물량으로는 하루 50명한테만 팔아도 품절되는 상황”이라면서 “1인당 5개로 구매를 제한해도 순식간에 동나,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자체 물류망과 전산망을 갖추고 있어 마스크 수급이 용이한데다, 생필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동시에 마스크를 구매하는 시민들의 동선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규모 유통에 익숙하지 않은 약국 등 공적 판매 현장에서는 마스크 구매에 나선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주말 문을 닫은 우체국과 약국이 많아 마스크 공급량이 목표치 500만개에 크게 못 미치는 269만개에 그쳤다.
협회 관계자는 “생필품 구매 시 마스크도 동시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 마트 마스크 수급량이 일정 수준 확보돼야 시민들의 동선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마진을 남기는 상황도 아닌 만큼, 전국 대형마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건의”라고 말했다.
앞서 편의점업계도 높은 접근성을 들어 편의점을 공적 판매 채널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민간 판매처를 마스크 판매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공적 판매 허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다만 하루에 확보할 수 있는 마스크 물량 규모와 공공성도 일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