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가 코로나19 유탄을 맞았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LG화학은 이달부터 여수 스팀크래커 공장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납사 가격은 톤당 455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7%(36달러)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초 유분인 에틸렌(-4%), 부타디엔(-8%), 벤젠(-5%), 톨루엔(-5%), 자일렌(-2%), 스티렌모노머(SM·-1%) 등의 가격도 일제히 하락했다.
화학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통상 원료가가 낮아지고 수요가 뒷받침되면 마진이 확대된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수요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납사를 분해하고 기초 유분을 판매할 때 스프레드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범용 수지인 폴리에틸렌(PE)와 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두 제품 가격은 톤당 822달러, 862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 1% 하락했다.
반면 중국 재고는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 PE 재고는 51만톤으로 정상 수준인 30~40만톤을 상회했다. 같은 기간 PP 재고도 70만톤으로, 정상인 40~50만톤 대비 최대 20만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화학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LG화학은 이달부터 여수공장 스팀크래커 가동률을 95%로 5%포인트(P)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365일,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리던 것과 대비된다. 이 공장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각각 118만톤, 55만톤 생산한다.
LG화학 관계자는 “1일부터 여수와 대산 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각각 5% 포인트 내린 것은 맞다”고 밝혔다.
감산에 나선 곳은 더 있다. 대한유화도 최근 공장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온산 NCC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각각 80만톤, 51만톤 생산한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유화의 경우, 가동률을 90%까지 10%포인트나 낮춘 것으로 안다”면서 “이마저도 최근에는 추가 10%포인트를 더 줄여 80%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황이 나쁠 때 화학사들은 가동률을 조정하던가 아니면 100% 가동해 생산된 제품을 어떤 식으로든 소진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각사들은 둘 중 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아직 감산 검토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각국이 에탄올크래커(ECC) 설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ECC는 석유보다 값싼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원료로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기존 NCC 업체들은 수요 부진에 겹친 공급 과잉 상황에서 원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마저 위축돼 가동률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3월 중순 이후나 돼야 반전 기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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